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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스로 단정 짓지 말고 주님께 매달려라.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08 조회수748 추천수6 반대(0) 신고
 
 
 
 

<스스로 단정 짓지 말고 주님께 매달려라> ... 윤경재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이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그제야 예수님께서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마태 15,21-28)



  이 대목은 제가 묵상글을 통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유머를 나누시는 예수님이라는 주제와 개인의 영적성장을 돕기 위해 ‘영적수모’를 안겨 주시고, 그 것을 통해 보다 높은 단계로 이끄시는 예수님이라는 주제로 다루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께서 어떤 의도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랬기에 제자들이 도움을 베풀어 주십사하는 말 꺼내기를 기다린 것입니다. 그제야 응답하셨지만 그나마도 부정적 느낌이 드는 대답을 하셨습니다.


  세 번에 걸쳐 부정적인 대답을 하셨습니다. 첫 번째는 침묵과 무시하는 태도로, 두 번째는 이스라엘을 위해서 오셨다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세 번째는 자녀들과 강아지를 대비하는 말씀으로 적잖이 여인의 자존심을 긁으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기묘한 방법으로 여인이 주님께 매달리게 만드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하고 알아채지 못하게 거절했습니다. 나중에는 강도를 점차 강하게 하여 그 여인을 뒤흔드셨습니다.


  이방 여인은 마음속으로 저울질을 하였을 것입니다. 자기 딸이 마귀 들려 고생하는 것을 치유할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그만 물러서야 하는 지 망설였을 것입니다. 혹시나 구마에 자신이 없어서 빼는 것은 아닐까? 정말로 이방인들에게는 기적을 베푸실 뜻이 없는 것인가? 다음 기회에 찾아와야 되는 것은 아닌가? 아니, 우리 모녀를 정말로 강아지 취급하는 것인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예수님께서 알 수 없는 기묘한 말씀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단번에 안 된다고 거절하시지 않으시고 말을 이끄시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세일즈 맨 대화법에서 무엇인가 고객이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는 말을 사용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또 고객에게도 적절한 질문을 하여 계속 대화가 연결되게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서로 관심 분야가 일치할 때 교류가 일어나며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피상적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내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신뢰심이 생기며 그 신뢰를 통하여 물건을 구매하려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그 방법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단번에 승낙하지도 않으시지만 그렇다고 단번에 거절하시지도 않으셨습니다. 무엇인가 계속 미련을 두게끔 이끄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시는 기묘한 행동은 바로 우리 스스로 어떤 생각을 판단하여 단정 짓지 말라는 것입니다. 특히 주님의 뜻을 구하는 데 있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는 부족한 인간이기에 주님의 뜻을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주님의 뜻은 우리가 낱낱이 알 수 없는 신비이며 또 쉽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찾아야할 필생의 질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머물지 말고 감추어져 있는 비밀에 더 눈을 돌려야 합니다. 한 번 알아들었다고 해서 주님의 뜻이 자기에게 있다고 오산해서도 안 됩니다. 주님의 뜻이 상황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동체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기 위해서 계속 질문해야 하며 자신 안에 가두어 놓으려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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