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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82) 황당시리즈 2편 (고속도로에서)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09 조회수795 추천수9 반대(0) 신고
 
 
 
 
오전 10시 반쯤에 모텔에서 사발면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봉평에 있는 이효석
문학관을 들렸다.
그리고  얼마를 달려 대관령 목장에 갔을 때는 오후 3시가 약간 넘어 있었다.
셔틀버스가 산꼭대기까지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처음에 목장에 간다고 했을 때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처음 가 본 그곳에  난 금방 반하고 말았다.
 
산 위의 여기저기에 서 있는 수많은 풍력발전기를 보고서였다.  등대같기도 한 하얀 기둥위에서 날개 세 개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는 그 모습은 이국적이고도 무척 신비로워 보였다.
마치 덴마크나 네델란드 쯤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얀 기둥이 가까이서 보니 그 거대하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산꼭대기에 서니  멀리 아스라히 도시가 보였다.
어디일까 했더니 커다랗고 평평한 바위 위에 그려진 나침반이 가리키는 선을 따라 시선을 주니 정면은 강릉이고 왼쪽은 경포대임을 알 수 있었다.
 
 
아들은 동영상을 찍으며 계속 전화하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금 여기는 대관령 목장입니다. 산 위에 올라 와 있어요.  멀리 강릉이 보이고 경포대가 보이네요. 어쩌구 저쩌구......)
 
"너 지금 누구에게 말하는 거니?
그러고 보니 너 어제 그제부터 사진찍으며  계속 그러던데 혹시 다큐 작품 만들어서 어디 출품하려는 거 아니야? 그런거야? 그럼 내얼굴은 안나오게 해 줘."
 
 
했더니 그냥 사진만 찍으면 심심하고 나중에 볼 때 어딘지 잘 모르니까 멘트를 하는 거란다.
헉...
참 가지가지 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드넓은 잔디밭은 짙푸르고 멋진 풍력발전기들이 곳곳에 서있는 풍경이 너무 좋아 사진을 찍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섯시가 넘어 내려왔는데 그때서야 점심을 걸른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아들은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음식점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목장에서 내려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오삼불고기(오징어와 삼겹살) 라고 했다.
3년 전에 와서 먹었다는데 너무 맛있던 기억에 음식점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별것도 아니더구만, 하긴 난 삼겹살을 싫어해서 맛있다고 맛있다고 자꾸만 권하는 아들성화 때문에 오징어만 몇점 골라먹었다. 그리고 따로 황태탕을 시켰다.
 
 
점심을 먹고 나서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뱃속이 어쩐지 좋지 않았다.
매운 오삼불고기를 먹어서인지 아니면 목장아래 있는 매점에서 먹은 스낵과 쥬스때문인지 너무 길게 뱃속이 비었다가 먹어서인지 아침에 먹은 사발면 때문인지 조짐이 좋지 않았다.
정체로 인해  차들은  느린 굼벵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휴게소에 닿기 전에 배가 아프면 어쩌지? 생각하다가....
불안을 떨치려고 수다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람의 몸은 참 신기하지 않니?
사람의 뱃속엔 사실 X이 차 있잖아? 그런데 냄새가 나지 않는 걸 보면  괄약근의 힘이 엄청난 거야. 그치?
그런데 사람들은 X을 더럽다고 하잖아? 자기 뱃속에는 넣고 다니면서 말이야.
그리고 자기가 배설한 X을 보고도 더럽다고 고개를 돌리지.
그건 아마 자기 뱃속에 있을 적엔 자기 것이라서 더럽지 않고,  밖으로 나왔을 적엔 이미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그 차이일까?
아니면 눈에 직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일까?"
 
"아이 디러워 이제 그만 해."  하는 아들의 말에 옛날 이야기를 들추어냈다.
 
"너 어렸을 적에 말이다."
 
아들이 네댓살쯤 되었을 적에 아빠가 장충체육관에 농구인지 배구인지 경기에 아이를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이것저것 사먹이며 구경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탔는데 그만 아이가 뱃속이 안좋았는지 바지에 실례를 한 거였다. 기사 아저씨가 어디서 냄새가 난다고 자꾸 그러더란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의뭉스러웠던지 웬만하면 아빠 나 X쌌어 하고 아앙 울어버릴만도 한데 입 꾹 다물고 있더란다. 냄새를 유난히 잘 맡는 아빠가 그걸 모를리 없어 참으로 난감하였단다.
 
"니가 그런 놈이란다. "
 
뒷좌석에 앉은 딸이 낄낄거리며 웃고 있다.
그런데 그 얘기를 하며 아들을 놀리다가 배가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
큰일났네, 휴게소는 멀고 차는 밀려 움직이지 않고...
괄약근의 힘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한계가 있는 것인데...
복통이 점점 심해지자 나는 염체 불구하고 갓길로라도 가라고 아들을 몰아세웠다.
가다가 갓길에 차가 서 있으면 차선으로 끼어들었다가 다시 갓길로 빠지고 그러기를 반복하는데 갑자기 아들이 낙담을 한다.
 
"아! 경찰이야! 경찰차가 쫓아오고 있잖아. 아니 저 사람들은 왜 내동 보이지도 않다가 하필이면 이럴 때 어디서 튀어나오는 거야!"
 
"할 수 없지 어떡하니. 배 아파 죽겠다는데 설마 이해하겠지."
 
경찰이 다가오면 배아파 죽겠다고 빨리 휴게소까지 가게 해달라고 설레발을 쳐야지! 생각하며 아픈 배를  잔뜩 움켜쥐고 있는데...
 
아들이 "경찰 아니네. 앰블란스네."  한다.
백밀러로 멀리서 보았을 때는 불을 번쩍이며 오니까  경찰차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앰블란스였던 것이다.
차선으로 끼어 들며 갓길을 비켜주자 앰블란스는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쏜살같이 지나간다.
그 순간 내가 외쳤다.
 
"빨리 앰블란스 뒤로 바짝 따라 붙어. 사고 난 사람 가족인 줄 알 거야. 빨리빨리."
 
그때부터 우리 차는 앰블란스 뒤를 따라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밀려있는 차들은 아마도 큰 사고가 난 부상자나 환자의 가족 쯤으로 알고 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쯤 달렸을 때 임시화장실 1Km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아이구 ! 살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옛날 아들 짝 날뻔 했다.
한바탕 쏟아내고 중병을 치루고 난 것처럼 힘이 빠져 딸의 부축을 받는데 옆에서 한 여자아이가 무섭다고 징징대며  간이화장실 앞에서 아빠인 듯한 남자와 실갱이를 하고 있었다.
들어 가네 못들어 가네 하면서...
 
생전 처음 고속도로에서 난감한 일을 당하고서야 비로소 간이화장실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 줄 알았다.
추석이나  설날에 오고 가는 중에 또는 휴가철에 배탈도 유난히 많을 상황의 고속도로에서 간이화장실의 존재야말로 구세주같은 존재가 아닐까.
이제서야 그걸 알았다.
지금껏 살면서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었으므로...
그런 시설을 만들어 놓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인간 생존의 가장 기본이 되는 3대요소...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이 중에서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그때부터 삶은 고통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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