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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허무속의 진주 / 이인주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09 조회수789 추천수8 반대(0) 신고
 
 
허무속의 진주

코헬렛(전도서)의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코엘렛1,2) 마치 허무론자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무상을 논하는 것이긴 하지만, 인생에 있어 욕심을 내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제대로 깨달으라는 의미이다.
 
즉 인생무상을 넘으려거든 코엘렛이 주장하는 인생의 참 진수를 화두로 놓고 깨쳐 보라는 것이다. 그건 그리스도의 사랑과 하느님 나라의 진수를 터득하지 않고는 알아질 없는 것이리라.


진시황제나 알렉산더 대왕 같은 사람들이 코헬렛을 좀 미리 접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진시황제는 자신의 죽음 앞에 더 살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탐라 오늘의 제주도 까지 사람을 보내 불로초를 구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다 헛되고 헛된 것으로 끝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안 되자. 무덤 속에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과 산 사람까지 함께 장사를 지냈고, 수많은 군사와 말의 모형을 함께 묻게 한 것이 병마용이다.
 
진시황제가 하늘나라의 신비를 조금이라도 깨달았던들 그런 짓을 했겠는가? 이런 모습을 보면 유교나 도교 사상에 천의 개념이 약함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허기야 진시황제 뿐이랴, 서양의 대왕 알렉산더 또한 폭군으로서 자기 맘대로 한 것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래도 그가 죽기 전에 양심은 있어 이렇게 이야기 했던 것은 참으로 신기할 정도이다.
 
“나의 장례를 치르되 손은 내 놓아라.”그 이유는 천하를 호령하던 알렉산더도 죽음 앞에선 헛되고 헛됨을 선언한 것이다. 자신의 묘를 와 보면서 천하의 알렉산더도 가지고 가는 것이 없으니, 산 사람들이여 너무 아등바등 살지 말라는 엄청난 교훈이다.
 
사람이 좀 일찍 깨달아 죽기 전이 아니라 자신이 모든 권력을 행사할 때 그렇게 한다면 얼마나 좋으냐 말이다. 그렇다면 우린 지금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알았는데 안 됨은 뭘 의미하나, 그건 실행함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그럼으로 깨달음이란? 자신의 힘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됨이 아님을 아는 것이다. 앎과 깨달음이란 자신의 노력도 있겠지만, 그 노력이란 것은 바다가 모래 한 알에 지나지 않고, 하느님의 무한하신 은총 속에서 깨달음은 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함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은총이란 의미가 주는 것이 얼마나 넓은지, 그 은총이 한 순간에 잡혀지는 것이라면 참 좋은데 그것을 잡음이란 하느님을 꿈속에서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듯이 나의 노력이 하늘을 찌르면 은총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차원 보다 더 포근하게 내 곁에 내려옴을 믿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가르쳐 주어도 또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니 이걸 어쩌란 말인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싶다. 그래 99섬을 가지고도 100섬을 채우고 싶어 1섬 가진 가난한 이를 등치려 한다.
 
그러자 가난한 이가 주긴 주는데 100섬을 채울 곳간이 없어 부랴부랴 큰 곳간을 급히 짓다 과로로 쓰러진다. 100섬 아니 만섬의 부자이면 뭘 하나. 이미 하느님께서 부르고 있는데, 허나 하느님이 부르면 다행인데 번지수가 다르니 그게 문제로다.
 
이때 딱 맞는 말이 바로 코헬렛의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는 것이다.
 

코헬렛의 헛됨을 깨달았다면 예수님의 산상수훈 중의 진복팔단도 나름대로 납득이 될 것이며, 그 안에서 깨달음이 깃들 것이다. 그러니 너무 지나친 부유함에 자신을 빼앗기지 마라. 좀 가난하고 헐벗는다 해도 깨달음이 전달되어 자신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으랴.
 
물론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워 매일 징징댄다면 그것 또한 올바른 일은 아닐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늘이 주는 기쁨에 나를 맡기며 살 수 있는 내가 되도록 나를 깨어 있도록 사랑하자.
 
그러면 청빈 속에서도 참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허무 속의 진주를 발견한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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