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11 조회수942 추천수16 반대(0) 신고
 
2007년 8월 11일 성 클라라 동정 기념일
 
 

 

 If you have faith the size of a mustard seed,
you will say to this mountain,
‘Move from here to there,' and it will move.
Nothing will be impossible for you."

(Mt.17.20)

 
제1독서 신명기 6,4-13
복음 마태오 17,14-20
 
아마 운전하시는 분들은 이러한 체험을 한두 번쯤은 하시지 않았을까요? 즉, 차를 운전해야 하는데, 제 차 바로 뒤에 차가 서 있어서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이지요. 제가 며칠 전에 이러한 일을 경험하게 되었답니다. 저는 제 뒤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우선 손으로 살짝 밀어 보았습니다. 꼼짝도 하지 않더군요. 화가 났습니다.

‘아니 이렇게 주차해 놓으면서 어떻게 사이드 브레이크도 풀어 놓지 않고 가는 거야?’

저는 곧바로 차에 붙어 있는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차가 나가야 하니 차를 좀 빼달라는 부탁을 드렸지요. 잠시 뒤, 그 운전사 분이 오셨습니다. 저는 그분께 짜증 섞인 말투로 말씀드렸지요.

“이렇게 주차하시려면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가셨어야지요.”

그러자 그분께서는 “사이드 브레이크 걸어놓지 않았는데요?”하면서 차를 제 앞에서 직접 밀어 보이십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차가 아주 쉽게 움직입니다. 맞습니다. 그분께서는 주차할 곳이 부족해서 제 차 뒤에 주차하시면서, 저에 대한 배려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 놓고서 일을 보러 가신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살짝만 밀어보고서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어놓고 갔다’고 스스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던 것이었습니다.

조금만 힘주어서 차를 밀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테지요.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우리들의 삶에서도 참으로 많지 않나 싶습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조금만 더 생각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을, 섣부른 나의 판단과 비판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오류의 바다 속에서 살고 있었는지요? 그러면서 우리들은 믿음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의심해보고, 섣부르게 판단하고,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단죄로 인해서 또 하나의 아픔과 상처를 이 세상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주님께서 이 세상에 이룰 사랑의 기적을 사라지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 주님께서는 믿음의 중요성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질 것이다.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주님께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내 이웃에 대해서도 믿음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사랑 때문에 당신 모상대로 지으셨고, 당신의 숨을 우리 각자에게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주님을 사랑한다고 또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내 이웃에 대해서는 어떠했을까요? 철저하게 의심하고 섣부르게 판단하고 단죄하는 나를 과연 믿음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앞서 조금만 힘을 주었으면 차가 움직였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마찬가지로 내 이웃에 대해서도 조금만 더 믿음을 가지면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주님께 대한 또 하나의 믿음이며, 이 믿음으로 인해서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주님께 믿음을 갖듯이, 내 이웃에 대해서 믿음을 가져봅시다.



 

봄날(이철환, ‘반성문’ 중에서)



설악산에서 민박을 했다. 민박집 아이 엄마는 마당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다섯 살 남자 아이는 마당 한쪽에 있는 미끄럼대를 오르고 있었다. 누군가 버리고 간 플라스틱 미끄럼대를 주워왔다고 했다. 아이가 계단을 오를 때마다 미끄럼대는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았다.

“이놈의 고무장갑은 어떤 놈이 만들었어? 손에 물만 조금 묻어도 도대체 들어가질 않아. 이런 걸 장갑이라고 만들어놓았으니…….”

아이 엄마는 짜증을 부리며 고무장갑을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미끄럼대 위에 앉아 있던 아이도 덩달아 짜증을 부렸다.

“엄마, 이 미끄럼대 고물이야. 앉아 있어도 내겨가질 않는단 말야.”

아이는 소리소리 질렀다. 아이 엄마는 잔뜩 부아가 난 얼굴로 아이를 향해 소리쳤다.

“이 바보야. 벌거벗은 맨살로 몸이 미끄러지냐? 빤쓰를 입어야지, 빤스를……. 어서 방에 들어가서 빤스 입고 와. 누구를 닮아 저렇게 미련한지…….”

햇볕 가득한 뜨락에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는데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입이 자꾸만 근질근질했다.

아이 엄마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물 묻은 손으로 고무장갑 끼는 거나, 빤스 입지 않고 미끄럼대 타는 거나, 거기가 거기네요. 킥킥킥.”

봄볕이 너무 좋아, 나는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Why could we not drive it out?”
He said to them, “Because of your little faith.
(Mt.17.19-20)
 

 
When I Fear My Faith Will Fall (나의 믿음 약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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