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15 조회수946 추천수17 반대(0) 신고
 
2007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Blessed are you among women,
and blessed is the fruit of your womb.
(Lk.1.42)

 
 
제1독서 요한묵시록 11,19ㄱ; 12,1-6ㄱ.10ㄱㄴ
제2독서 코린토 1서 15,20-27ㄱ
복음 루카 1,39-56
 
 
어제 낮이었습니다. 제 방을 둘러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돼지우리야, 사람 사는 곳이야?”

너무나도 지저분한 저의 방. 책상 위에는 빈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책들이 널려 있고, 또한 쓰레기들도 곳곳에 놓여 있는 이 방을 보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창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어서, 오늘 낮 시간 동안은 방청소 및 정리를 하겠다고 다짐했지요. 커다란 박스를 갖다놓고서 버릴 것들을 분류해서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양이 너무나 대단합니다.

이제 저녁이 되었고, 저녁미사 때문이라도 방 정리를 그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조그마한 방에, 그리고 나 혼자 사는 이 살림에 왜 이렇게 정리할 것이 많은 지……. 정리할 것은 아직도 많았지만, 나중에 다시 하겠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가 자그마치 커다란 박스 2개에 가득 찹니다.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면서 참으로 신기하더군요. 이 쓰레기들을 과연 어디에서 나왔는지……. 왜냐하면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버림에도 불구하고, 방이 아주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녁미사로 인해서 완전하게 방 정리를 끝내지 못했고 또한 제가 정리를 잘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쓰레기를 버리면 엄청난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못하다는 점이 너무나 신기하더군요. 아마도 완전히 집을 뒤집어 놓아서 청소하지 않고서는 깨끗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정리정돈을 잘하는 습관을 들이자라는 다짐도 갖게 됩니다.

이렇게 방 정리를 하면서 문득 우리들의 죄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커다란 박스 2개의 쓰레기를 버려도 방이 별로 깨끗해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들의 죄 역시 웬만큼 뉘우치지 않고서는 내 마음이 깨끗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완전한 변화, 완전한 뉘우침이 있을 때에야 누가 봐도 깨끗한 내가 될 수 있으며, 죄 많이 짓고서 한 번의 고해성사를 통해서 사죄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평소에 주님 뜻에 맞게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은 성모님께서 하늘에 오르심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성모님께서 이러한 영광을 받으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항상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님께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으며, 온갖 고통과 시련의 순간에서도 우리들처럼 불평과 불만을 터트린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주님께 대한 신뢰를 보이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깨끗한 마음이 바로 성모님의 영광을 가져오게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성모님의 모습을 기억하기 보다는, 단순히 하느님의 어머니로써만 그리고 하늘로 올림을 받는 영광의 순간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영광은 고통과 시련 없이는 있을 수 없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죄로부터 자유로우신 성모님을 기억하면서, 우리의 마음도 정리 정돈해야겠습니다. 죄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말이지요.


오늘 의무대축일입니다. 미사참례를 하시면서 마음의 정리 정돈을 해보세요.






그림나이(이금이, '좋은 생각'중에서)



올해 3월부터 문화센터에서 유화를 배우고 있다. 그림 그리는 것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꿈인데 작은 아이의 고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실천에 옮긴 것이다. 아이가 3년 동안 청춘을 유예하고 입시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더 이상 새로운 꿈을 꿀 것 같지 않은 어른인 엄마가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에게 자극과 격려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등록을 하고 이젤이며 팔레트며 그림 도구들을 준비하는 기분은 벌써 화가라도 된 듯 설레였다. 오랫동안 열망을 품고 있었으니 시작만 하면 실력이 일취우러장 늘어 멋진 그림을 그리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미술 시간을 끝으로 30여년 만에 처음 잡아 보는 붓은 내 맘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캠버스를 마주하고 앉아 있으면 폼은 멋있을지 몰라도 도화지만 한 캔버스가 한없이 너른 바다인 듯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색 만드는 것은 또 어찌나 만만치 않은지, 빨강이랑 파랑이랑 섞으면 보라가 된다는 걸 이론으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섞다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색이 나오는 것이다. 눈부시게 노란 유채꽃을 푸르딩딩한 시래기색으로 칠해 놓고 한숨을 푹푹 쉬어 대는 게 일이었다.

마음은 장승업인데 실제 내 그림 실력은 유치원생만도 못한 것이 스트레스가 되었다. 무엇인가를 바닥부터 새로 시작하는 일이 오래간만이어서 서툴다는 것에 잘 적응되지 않았다. 20년 넘게 써 온 글도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좌절하는 내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3년 뒤 실력을 생각하며 미리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됩니다. 지금은 현재의 실력만큼만 그리고 만족하면 됩니다."

그래, 그림 앞에서는 50여 년 가까이 살아온 나이도, 20년 넘은 등단 나이도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의 유화 나이는 이제 옹알이 하는 아기인 것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자 그림 그리는 일도, 그려 놓은 그림을 보는 일도 비로소 즐거워졌다. 처음 만나는 세상이 온통 신기하고 궁금해서 물인지 불인지도 모르고 만져 보고 발 디디어 보는 아기처럼, 나도 실패나 실수가 두려워 지레 포기하지 말고 부딪쳐 보는 거다. 유화의 좋은 점은 다시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Blessed is she that believed:
for there shall be a performance of those things
which were told her from the Lord.
(Lk.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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