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이 수녀(샬트로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천대받고 버려진 이방인의 땅 갈릴래아, 나자렛 시골 마을의 처녀인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천사 가브리엘이 찾아간다.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라는 소식을 전한다.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한다.
마리아는 그 응답으로 이 세상에서 죽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의 죽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의 문을, 아담의 죄로 닫혀버린 에덴동산의 문을 열어주신다. 이는 하느님의 말씀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오로지 하느님의 뜻만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원한 새로운 하와 마리아의 응답으로 가능해진다.
자신을 온전히 바치기 위해 비워진 그릇을 하느님께서는 성령으로 감싸 안으신다. 하느님께서 간택하신 마리아는 ‘동정녀’로, 히브리말로는 ‘알마(hml[)’이다. 이 단어가 이사야서 7장 14절에서는 아하즈 왕의 부인을 지칭하는데, 그녀를 통해 하느님 뜻에 충실한 왕자가 태어날 것을 예고하였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 부분을 인용하여 동정녀 마리아한테서 구약의 성취인 메시아가 탄생한다고 예고하였다(1,23). 마리아는 진정 하느님께서 간택하신 ‘알마’이다. 오로지 하느님만을 위해 비워지고 바쳐진, 오직 하느님만을 담기를 열망한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말씀을 온몸으로 잉태한 알마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인사를 받았을 때 즉시 구약성경 안에 계시된 말씀으로 하느님을 찬양하고 메시아의 오심을 통해 자신 안에서 시작될 구원 역사를 찬양하였다.
그녀는 이 세상에 구세주를 낳아주었다. 요한 복음사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분은 당신을 맞아들이는 이들, 곧 당신의 이름을 믿는 이들에게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능을 주셨다. 그러나 이들은 혈통에서나 육욕에서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것’이다.
이제 우리도 마리아처럼 말씀을 잉태할 ‘알마’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말씀이 육신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에 거처하실 때’ 가능하다. ‘알마’가 된 사람은 모두 하느님께서 하늘나라로 불러올리신다. 구약의 에녹이 그랬고, 엘리야가 그랬고, 새로운 시대의 관문인 아버지께 가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 예수님이 그러셨다. 그리고 하늘나라에 올라 천상 모후의 관을 쓰신 우리의 어머니가 그러셨고, 또 예수님을 쫓아 알마가 된 사도들이 그랬고, 이제 하느님의 알마가 되기를 갈망하는 우리들도 그렇게 하늘나라로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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