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장과 쇠퇴
작성자김열우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15 조회수483 추천수4 반대(0) 신고

옥상에 심어둔 장미 화분에, 진홍 빛 비로드 옷감처럼 붉은 장미꽃이 예쁜 자태를 드러내며 피었습니다.

그런데 나무의 수령도 제법 되었고, 혹 어느 겨울 혹한에, 또는 병충해에 다시는 기쁨을 주지 않게 될까 걱정이 되던 차, 꺾꽂이로 장미나무의 대를 이어주기로 하였습니다.

 

장미나무 몇 가지를 길게 꺾어, 꽃은 화병에 꽂고, 잘라낸 가지의 잎이 달린 나머지 부분은 다른 화분에 꽂았습니다.

뿌리를 내리게 하여 또 하나의 장미나무의 탄생을 보려는 것이었지요.

시간, 시간 물을 주고, 반 그늘진 곳으로 옮겨주며 돌보아 주었습니다.

힘겹게 버티다 잎을 축 내리고 중도에 말라버린 가지도 있었지만, 간밤에 내린 이슬비를 담뿍 머금고 고개를 바짝 들어, 나 잘 있답니다. 하고 소리치는 가지도 있었습니다.

 

일 주일쯤 지나 뿌리가 좀 내렸을까? 안달증이 났지만 참고 기다렸습니다.

보름이 지나고, 삼 주가 다가와도 이렇다 할 변화없이, 다만 시들지 않은 잎을 여전히 달고 있는 것만으로 그 가능성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여러 날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제법 많은 비가 내렸고, 그 여러 날 소식없어 지치고 무심하여지기까지 하였던, 장미가지의 잎 사이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날을 더하며, 여기 저기 꽂아 놓은 장미 가지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여린 손바닥을 펼쳐 세상 구경을 합니다.

 

너무도 반가와, 장미야, 새싹아, 반갑다. 반가이 네 손 잡아주마. 하고 노래하였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래층에서 물을 날라다주며-, 새순을 돋아 자라나며, 그 가지에 작은 꽃망울을 달고, 곧 이어 그 꽃망울을 터뜨리며 하루도 쉬지않고 성장을 거듭, 변모하는- 장미나무를 지켜보는 기쁨과 즐거움은 또 다른 인생의 기쁨과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보물을 바로 옆에 두고서도, 알아보지 못하면 유익이 없습니다.

사실 온 세상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을 바꾸면, 보물이 되며 낙원을 이룰 소재들로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관심은 하찮은 돌을 값진 고가의 보석으로 만들며, 마음을 바꾼 선용은 낙토를 만듭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은, 알아볼 눈과 마음을 여시고 밝혀 주시는 것입니다.

알아 보고, 길을 찾아야 보물도, 생명도 얻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알아보고, 선용을 하며, 돌이키는 일도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 성령의 감동으로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돌아서고, 하나가 될 때, 이러한 감동과 축복은 시작됩니다.

 

오래 전, 식물을 가꾸며, 땅은 속임이 없고, 심고 돌본 그 수고 그대로 그 주인에게 돌려준다. 는 진리를 깨우침 받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생명이 움트며, 성장을 거듭, 매일 변모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하루 하루 성장하며, 매일 또 다른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여 경이와 신비를 드러내던 아이들이 주었던 그때의 그 감동과 행복을 되찾게 하였습니다.

아기들의 어머니만이 누리는 특혜 같은 그 감동 말입니다.

 

험난하고 삭막한 세상, 숨통 트일 여유와 자유, 하늘의 신비와 보람을 안겨줍니다.

 

성장하는 것들은 변모라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기에 아름다움과 신비가 있습니다.

변모는 늘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기에 언제까지나 실증이 나지 않습니다.

고풍이 찬사를 받는 것도, 현실에 식상한 현대인들의 마음이 현실과 색다른, 또 다른 모습에 감탄하는 때문일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처럼 인간은 똑 같은 것들에 식상해 합니다.

그것이 날마다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창조를 거듭하며,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냅니다.

 

누구도 낙엽을 떨구는 쇠퇴를 바라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소망합니다.

몸은 비록 쇠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지만, 마음과 영혼은 날로 새로워 지는 것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날마다 새롭고, 날마다 성장하여 하느님께서 받으실 만한 거룩하고 깨끗한 마음은 누구도 가능합니다.

 

마음은 문명의 발상지입니다.

좋은 생각, 창조적인 생각은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쇠퇴의 길로 이끄는 헛된 망상, 퇴폐적 생각은 순식간 인생을 망치고, 세상을 구렁으로 몰아갑니다.

생각은 누구나 공히 소유한 무한의 자산입니다.

장미의 가지가 새순을 돋아내어 새로운 창조를 이루며 변모하듯이, 우리의 마음도 창조와 건설, 좋은 생각들로 가득채워진다면 세상은 한결 낙원이 될 것입니다.

07년 8월 15일 8시 32분 4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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