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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총 피정 < 1 > - 강길웅 요한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16 조회수1,324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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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요한 21.6)


 

   설악산에 울산바위라고 있는데 바위 자체가 굉장히 웅장하면서도 참 아름답습니다. 주차장에서 걸어 올라가면 제 걸음으로 1시간 10분이 걸리는데 주차장에서 신흥사라는 절을 지나 흔들바위까지는 40 분이 걸리며,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 정상까지는 꼭 30 분이 소요됩니다.


   울산바위에 오를 땐 경사가 급해서 고생 좀 하며 땀도 흘립니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서면 탁 트인 동해를 바라볼 수 있고, 그리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 자체와 설악산의 경치가 아주 장관입니다. 금강산이 빼어나다하지만 금강산 못지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등산 안내자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설악산에 백 명의 관광객이 오면 그 중에  열 명만이 흔들바위까지 올라가며, 흔들바위에 오는 열 명 중에 불과 한 명만이 울산바위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설악산에 백 명이 온다면 겨우 한 명만이 울산바위 정상까지 올라가고, 나머지는 주차장 부근에서 소주나 한잔 마시고는 "설악산 다녀왔다."라고 자랑한답니다.


   그러나 설악산 밑에 다녀온 것하고 울산 바위 정상까지 다녀온 것 하고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편한 길만을 원하며 너무 쉬운 길만을 찾고 있는데, 우리가 감동받기 위해선 수고도 하고 땀도 흘려야 합니다. 인생의 보다 멋진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천주교 신자 백 명이 성당에 나온다면, 그중에 열 명 정도만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혜에 관심이 있고, 그리고 그 열 명 중에 불과 한 사람만이 뜨거운 감동을 체험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아마 은혜가 뭔지도 모르면서 성당에 나오고 있을 것입니다.


   왜 그런가? 믿는 이들도 너무 쉽게 믿으려 하고 또 너무 편하게 믿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은혜를 체험하기 위해선 고생도 하고 땀도 좀 흘려야 합니다. 깊은 감동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댓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편한 것만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라는 주제로 은혜를 나누겠습니다. 요한복음 21장 6절의 말씀인데 성경의 배경은 이렇습니다(1-14절 참조).


   티베리아스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일곱 명의 제자들은 밤새 한 마리도 잡지 못합니다. 이튿날 새벽에 예수님이 찾아오셔서 제자들에게 뭘 좀 잡았느냐고 물으셨을 때 제자들이 한 마리도 못 잡았다고 대답하자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래서 제자들이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졌더니, 많은 고기를 잡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고기를 잡는 비결입니다. 다시 말해 은혜를 얻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배 오른쪽이나 왼쪽이나, 사실은 거기가 거기며 거리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은혜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거리가 멉니다.


   우리가 어떤 의미에서 인생의 왼쪽에다만 그물을 던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재물이 있고 거기에 웃음이 있으며 거기에 건강이 있기 때문 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왼쪽에다만 그물을 던지면 평생 믿어도 은혜는 체험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참 보물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오른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사순 제 제1주일부터 제5주일까지의 복음을 묵상하면서 인생의 오른쪽에 마련된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사순 제1주일 복음을 보면, 루카 복음 4장의 내용이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시어 40일 동상 단식하면서 기도하시는데, 이때 예수님은 사탄의 유혹을 세 번 받으십니다. 성경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예수님이 아마 서른 살쯤 되셨을 것입니다. 그때 요르단 강에 가시어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시는데, 이 세례로써 예수님은 사생활을 청산하시고 이제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십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일을 아무렇게나

시작하실 수가 없어서 광야에 들어가셔서 혼자 긴 피정을 하시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은 무엇이고 백성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

인가? 또 제자들은 누구를 뽑고, 활동의 중심지는 어디에다 잡을 것인지, 깊은 묵상 중에 기도하시는데, 이때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님을 괴롭히는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빵' 문제였습니다.


   당신 백성들은 가난했습니다. 예수님이 활동하실 당시는 로마에 나라를 뺏긴 지 90년이 넘었기 때문에 수탈을 당할 대로 당해서 많은 유다인들이 굶주림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메시아가 오면 우선 빵을 배불리 먹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데, 이것이 예수님의 고민이셨습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복음은 빵입니다. 그런데 굶주린 사람들에게 배를 채워

주지 못하시는 예수님의 심정은 어떠하셨겠습니까? 하느님 나라의 메시지가

무슨 의미 있을까요? 고민 중의 고민이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깨닫게 됩니다. 빵은 임시방편입니다. 오늘 배를 채워 줘도 내일이면 다시 배고프게 됩니다. 빵 공장을 몇 개 세운다. 해도 백성들의 근본적인 굶주림은 해결할 수 없습니다.


   백성들의 근본적인 굶주림, 다시 말해 인류의 진정한 소망은 빵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빵의 유혹을 물리치시고 백성들 안에 깊숙이 들어가시어 가난하고 박해받는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살맛나는 세상, 신바람 나는 세상을 활짝 열어 주십니다.


             ◉은총 피정 중에서 / 소록도 성당 강길웅 요한 신부 ◉

행복한 과일 가게 / 바오로딸 수녀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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