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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총피정 < 2 > - 강길웅 요한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17 조회수952 추천수9 반대(0) 신고
 

강길웅 요한 신부의 은총피정 < 2 >



   몇 년 전입니다. 저의 집안 식구들이 다 모였을 대 우연히 지난날 어렵게 살았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도 그때 섬 마을 선생을 하며 혼자 고생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1962년도의 얘깁니다. 선생 봉급을 타면서도 빚을 갚기 위해 거의 전부 집으로 송금하고 저는 정말 거지같이 살았습니다. 자취할 때 반찬이라야 마가린 한 갑과 진미 간장 한 병으로 한 달을 살았습니다. 한 달 용돈도 지금 돈 백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했을 때 어머니께서 그러셨습니다. "네가 언제 그랬느냐?" 저는 그 말씀 한마디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저와 하느님과의 비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세상 아무도 모르며 저를 낳아 주신 어머니도 모릅니다.


   이처럼 제가 고생한 것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지만, 저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남몰래 고생했던 제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바로 그때,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라는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목소리를 들으면 섭섭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모르지만 “하느님만은 아신다.” 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신앙생활 자체가 하나의 산입니다. 일이 잘 되거나 고통이 없을 때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아니, 들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울 때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딸, 내 마음에 드는 딸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울면서도 기쁘며, 고생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를 감동시키는 하느님의 목소리도 오른쪽에서 들립니다.


   사순 제 3주일에는 '포도 재배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루카 복음 13장 6절 이하에 보면, 어떤 포도밭 주인이 자기 포도밭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고는 열매를 기다리는데, 왠지 그 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3년이나 찾아갔던 주인이 계속 허탕을 치자 나중에 화가 나서 그렇게 말합니다. "이것을 잘라 버리게.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때 포도 재배인 이 나서서 말합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이 포도 재배인은 아주 성실한 사람입니다. 무화과나무가 아직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해서 나무를 베어 버리는 것이 너무 아까워, 자기가 다시 정성을 쏟아 보겠다고 주인에게 매달리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정말 휼륭한 일꾼입니다. 쓸모없는 나무를 나무답게 살려 보겠다는 포도 재배인은 아름다운사람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사순절이라는 '포도밭' 으로 초대하십니다. 왜 초대하시느냐? 여러분이 사는 삶의 현장에도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가 있는데, 우리 생각 같아서는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기도와 사랑으로 다시 감사 안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포도밭에서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와 같습니다. 그런데도 하느님께선 한 번도 우리를 베어 버리거나 잘라 버리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니, 하느님께선 꼭 누군가를 시켜 우리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셨는데, 이제는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성경을 보면 아브라함이 아름다운 포도 재배인 입니다.


    소돔과 고모라는 본래 썩을 대로 썩은 타락한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두 도시를 쓸어버릴 계획을 갖고 계셨는데, 이 계획을 아브라함에게 넌지시 말씀하셨을 때 아브라함이 절대로  안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그 도시에는 의인들도 있는데 그들마저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그랬습니다. 그 도시에 의인 쉰 명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느님께서 대답하시길, 의인 쉰 명이 있다면 용서해 주겠다. 그러나 의인 쉰 명이 없는 줄을 아브라함이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흥정을 합니다. "마흔다섯 멸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래, 의인이 마흔다섯 명 있다면 용서해 주겠다." 그러나 마흔다섯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자꾸 내려갑니다. 마흔 명에서 서른 명, 그리고 스무 명에서 열 명까지 내려갑니다. 그러나 그 도시에는 의인 열 명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두 도시는 망하는데, 비록 망했어도 그 썩은 도시를 구하려고 애썼던 아브라함의 정성은 대단히 아름다운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희생해야 합니다.


   제가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수도원에서 수도 생활을 잠깐 했습니다. 그때 네 명이 함께 수도원에 들어갔는데, 열아홉 살배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들어왔고, 스물다섯 살 먹은 사람은 군대 제대하고 바로 들어왔으며, 다음이 서른한 살, 그리고 제가 서른두 살이었습니다. 그때 스물다섯 살배기가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자기가 몇 달 먼저 들어왔다고 따라다니면서 잔소리하고 간섭하는데, 그

것이 너무 아니꼽고 귀찮았습니다. 나중엔 '저놈'만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키는 작아도 싸움은 잘했는데, 남이 안 볼 때 끌고 가서 때려 주고 싶어도 수도원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속이 더 상했습니다.


   고해성사도 늘 그놈 때문에 봐야 했습니다. 모든 죄는 그놈한테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수도 생활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저 친구를 사랑하고 존경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제가 자꾸 감실 앞에 가서 조배를 하게

되었으며, 시간만 나면 『준주성법』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1년이 지나자 저도 모르게 제 삶의 모든 부분이 잔잔하게 가라앉는 것입니다.


             ♣ 은총 피정 中에서 / 소록도 성당 강길웅 요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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