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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작성자지현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19 조회수800 추천수14 반대(0) 신고
 
 
그야말로 뭔가에 씐 것처럼, 기도하기가 너무 싫을 때가 있었습니다.
기도하면 얼마나 좋은지 알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하기가 싫은지...
억지로 자리잡고 앉았다가도 금새 일어나 버리고,
심지어는 미사 중에도 전혀 집중이 되지 않고 다른 생각만 하곤 했습니다.
그런 나 자신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지요.
 
약간 생뚱맞은지 모르지만, 저는 해리포터 책 시리즈를 매우 좋아합니다.
저는 그것을 읽으면서 매우 성서적(聖書的) 이라고 느끼고 있는데,
아마도 정통 교리와는 위배되는 부분이 적지 않겠지요.
하지만, 저는 나름대로 저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해리포터에는 "디멘터"라는 존재가 나옵니다.
인간도 아니고 유령이나 요정도 아닌, 하나의 존재인데
그것은 사람에게서 행복한 기억이나 희망 등을 빼앗아갑니다.
사람의 행복한 추억이 바로 그들의 먹이입니다.
 
디멘터는 아즈카반이라는 무서운 감옥의 간수들인데,
아즈카반의 죄수들은 디멘터와 함께 생활하며, 모든 행복과 희망을 빼앗겨서
나중에는 살아 있어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멍~ 한 상태가 된다고 하지요.
아즈카반에 수감되는 것은 죽음보다도 더한 형벌이라고 책은 묘사합니다.
 
디멘터의 습격을 받으면, 갑자기 모든 행복과 희망이 사라지고
음습하고 추운 기운이 느껴지며
과거의 가장 기억하기 싫은, 끔찍하고 슬픈 일들만 자꾸 생생히 기억나고
앞으로도 아무런 삶의 희망이 없는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지요.
그래서 디멘터를 가리켜 "두려움 그 자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해리포터는 디멘터의 습격을 받고 몇번이나 기절했지만
나중엔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삶에 대한 굳은 희망과 의지를 지닌 채로
지나간 과거 속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강렬하게 집중하면
인간의 영혼은 "패트로누스"라는 은빛 찬란한 형상을 만들어내는데
디멘터는 그 환한 패트로누스를 마주하게 되면 모조리 도망을 친다고 하지요.
 
음... 성서적이라고 느끼는 건 저만 그런가요?
 
디멘터는 악마의 파견자로 느껴지고,
패트로누스는 주님께서 보내주신 천사와 같이 느껴집니다.
 
해리포터는 패트로누스를 불러내기 위해... 행복한 추억에 집중했는데...
저에게 있어 과거의 가장 행복한 기억이란... 바로... 하느님을 만난 순간이었거든요.
 
저는 모태신앙을 지녔으면서도, 하느님의 존재를 잘 알지도 못하고
얼마나 큰 힘을 지니셨는지, 얼마나 강하신지...
얼마나 나를 사랑하시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살았었지요.
 
그러다가.... 제가 아무도 모르는 고통으로 가장 힘들어하고 있을 때
문득 그분을 만났었습니다. 아직도 생생하지요.
얼마나 기뻤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기쁨과, 희열... 가득찬 희망...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조차,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모른다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성격이 그리 밝거나 낙천적인 편이 되지 못해서 그런지
디멘터의 습격을 받은 것처럼 될 때가 꽤 많습니다.
(작가 조앤 K 롤링은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그런 존재를 형상화했을까요?)
 
 
............ 하여튼 다시 처음에 하던 얘기로 돌아가면 (^^;;)
 
무엇에 씌었는지 기도는 무지무지 하기 싫은데
그 와중에 디멘터의 습격을 받은 것 같은 상태가 되면... 너무도 괴로웠습니다.
별 일도 없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 두렵고...
아무런 행복도 희망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거의 미칠 지경이지요.
 
맥없이 누운 상태로... 예수님... 하고 불렀습니다.
그 어떤 말도 기도가 되어 나오지 않기에... 그냥 천천히 부르기만 했습니다.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불러도 별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예수님을 아니까... 
한참을 계속 불렀습니다.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점점... 예수님의 이름에 조금씩 집중하게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미건조하게 부르던 예수님... 에서... 차츰...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기쁨 가득한 눈물로 부르는 예수님... 이 되어 갔습니다.
 
그렇죠... 나의 패트로누스는 예수님밖에 또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틈날 때마다 며칠을 그렇게...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지내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힘든 시기를 벗어나게 되더군요.
어떤 느낌이냐 하면...
 
내 마음 속에 하나의 유리주전자가 있는데... 그것이 한참 동안이나
바짝 메마른데다가 슬픔과 두려움 따위로 때가 잔뜩 끼어 있었거든요.
예수님의 이름이... 그 유리주전자에 물을 따라 주시는데
그 신비한 물이 닿자마자, 슬픔과 두려움의 쇠때가 쉽게 벗겨져나가고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던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주전자 안에 찰랑거리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내 안의 그것이 주전자의 모양을 하고 있으니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물을 따라 주어야 하겠지요? ^^
 
오늘 주일 아침을... 이런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오늘 하루 동안에도 수십번이나 흔들리고 무너지겠지만
그때마다 "예수님~" 하고 부르면 되니까... 그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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