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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84) 한국행 비행기표 / 김연준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20 조회수970 추천수18 반대(0) 신고
 
 
 
 
 
8월 셋째주 연중 제20주일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루카 12,49-53)
 
 
 
                                    한국행 비행기표
 
 
                                                                   글 : 김연준 신부(미국 어학연수)
 
 
교구 선배신부로부터 플로리다 주 한인성당에서 사순피정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얼떨결에 날짜를 잡았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짜였다.
문제는 내 비행기표를 연장하려면 1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최선을 다해 머리를 쥐어짜 방법을 모색했는데 이틀 피정을 하루씩 앞당기면 제 날짜에 뉴욕에서 한국으로 갈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쉰 다음 전화를 했다.
"선배님 어떡합니까? 피정을 하루씩 앞당기면 안되겠습니까?" 하고 사정했다.
 
이 정도면 보통 "사정이 그런 걸 어떡하냐? 한번 당겨보자." 할 터인데
"신자들한테 이미 공지해버렸는데 신자들과의 약속을 내가 어떻게 어기냐?
 안돼, 절대 바꿀 수 없어." 한다.   완전 벽이었다. 벽!
 
 
내 형편에 표를 다시 구입하는 것도 부담이고 그렇다고 그 선배가
'야 내가 표 사줄게." 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피정강의 한 번 간다고 했다가 아예 거덜나게 생겼다.
 
그때 옆에서 전화를 듣고 있던 내가 머물던 곳의 본당신부님이
"징하다 징해. 내가 표 사줄게 그냥 원래대로 피정해라." 하셨다.
 
나한테 징하다 한 건지 그 선배신부가 징하다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짧은 순간에 두 번 감동을 받았다.
 
하나는 신자들하고 한번 한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철저히 지키려는 선배신부 때문이고 또 하나는 내 사정을 고려해 기꺼이 비행기표를 책임지시겠다는 또 다른 신부님 때문이었다.
 
 
드디어 피정을 끝내고 교포사목을 하고 있는 동창신부를 보기 위해 펜실바니아 헤리스버그로 가니 그 친구가 나를 보자마자
"자!"
하고 봉투를 건넨다.
 
대한항공의 선물용 왕복비행기표였다.
동창신부 왈 할머니 한분이 고해성사를 보시더니
"신부님 어머니 보고 싶어하실 것 같아 한국 다녀오시라고 왕복비행기표를 가져왔습니다." 하더란다.
 
비행기표를 받으면서 순간적으로 '이 표는 내 것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를 보자 내가 주인일 것 같아서 준다는 것이다.
오메~~~
이래서 다시 생각한다.
돈이 없어서 무엇을 못하는 게 아니라 믿음이 없어서 못한다는 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고 하셨다.
이 불이 무엇인가?
 
인간적인 얄팍한 계산,
돈이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물질숭배를 태우라는 것이 아닌가?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그런 세속정신,
나의 애착을 태우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님은 불을 지르러 오셨다.
나는 그것으로 정화되고 다시 태어난다.
쇠가 용광로에서 정화되듯이 사랑은 아픔만큼 성숙해지고 십자가의 깊이만큼 영광스럽게 된다.
 
"주님 저를 태워주소서."
 
                                 ㅡ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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