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미로(迷路)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21 조회수900 추천수16 반대(0) 신고




『마귀들린 아이에 대한 묵상』
황 미숙 소피아 글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14-18

그때에 14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무릎을 꿇고 15 말하였다. "주님, 제 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간질병에 걸려 몹시 고생하고 있습니다. 자주 불 속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또 자주 물속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16 그래서 주님의 제자들에게 데려가 보았지만 그들은 고치지 못하였습니다." 17 그러자 예수님께서 "아,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함께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아이를 이리 데려오너라." 하고 이르셨다. 18 그런 다음 예수님께서 호통을 치시자 아이에게서 마귀가 나갔다. 바로 그 시간에 아이가 나았다.

가정은 모든 공동체의 기본 단위이다. 요즘은 대중매체의 과도하고도 무절제한 이용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우리 식탁엔 무관심이라는 메뉴가 오르고 있다. 아빠는 식사 중에 신문을 보고, 엄마는 TV 드라마에 열중이다. 부부간에도 서로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부모 자식 간에도 필요한 몇 마디 대화 외에는 서로 자신들의 업무(?)에 열중하느라 각자 바쁘기만 하다. 개인주의 문화에 의해 우리의 가정 공동체는 가장 기본적인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마저 파괴되고 있다.

신부님께서 본당 청소년들과 함께 캠프를 가셨는데, 밥 짓기나 반찬 만들기·설거지·청소 등을 아예 하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힘드셨다고 한다. 자신들은 집에서 곱게(?) 자랐기 때문에 설거지나 청소 등은 캠프에 와서도 하지 않는단다. 즉, 집에서도 하지 않는 청소나 설거지·밥 짓기 등을 왜 캠프에 와서 하느냐는 논리이다. 그렇다면, 신부님과 수녀님이 대신 뒤치다꺼리를 다 해주어야 한다는 것일까?-.-

부모님들이 자녀를 곱게 키운다는 의미는, 심성과 인격을 훌륭하고 아름답게 키워낸다는 뜻이리라. 곱게 키운다고 자녀를 과잉보호하거나 부모의 꿈에 맞는 자녀로 틀에 맞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불과 물속에 뛰어드는 문제아는, 바로 무관심과 사랑 결핍증에 걸려 PC게임과 휴대폰 중독, 악플 중독·폭력 문제 등을 일으키는 우리의 아이들이 아닐까 묵상해 본다.

어른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아이들은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관심 받으려고 좀 모난 행동이나 문제성 있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불과 물속에 뛰어드는 과격하고도 특출한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하고,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이 아이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부모와 자기 자신 그리고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올바른 관계, 즉 사랑과 관심을 기초로 하는 관계의 회복이 아닐까 한다.

어른들도 따뜻한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가족과 이웃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해 공허해지면, 엉뚱한 것들에 몰두하거나 깊이 중독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심한 쇼핑 중독이나 명품 집착 혹은 각종 인터넷 게임 등이나 도박·알콜 등에 빠져들 수가 있다.

부모들이 조기 영어교육을 비롯해 각종 사교육으로 중무장을 시켜 경쟁 사회를 이기고 나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시켜주어도, 아이들의 영혼 안에 보다 영적인 가치들이 심어지지 않는다면 겉으로만 곱고 훌륭하게 자란 아이들이 되고 말 것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대학 입시를 핑계로 성당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부모들이 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성당에 잘 나오지 않지만, 고 3때도 성당에 열심히 나오는 학생들은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꾸준히 성당에 나온다고 한다.

"아,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세대야!"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보다 당장 보이고 얻어질 수 있는 명예나 돈·학위 등을 위해 신앙교육은 뒷전이고, 오로지 경쟁사회에서 이길 수 있는 온갖 지식과 능력을 갖추어 주는데 열심인 우리 세대들을 향해 예수님께서 꾸짖고 질타하시는 것처럼 들린다.

간질병을 앓는 아이를 둔 아버지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보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자신처럼 믿음이 부족한 제자들에게서조차도 큰 효과를 얻지 못하자, 최종적으로 주님께 무릎을 꿇고 매달린다. 돌고 돌아 굽이굽이 주님을 찾아오는 여정은 멀고도 먼 길이었고, 시행착오와 무수한 좌절 끝에 주님을 찾아오게 된다. 우리 자신들처럼….

우리가 최종적으로 찾아야 할 분은 주님이시지만, 모든 절망과 좌절과 실패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주님을 찾게 된다.

그리고 주님 앞에 먼저 내어드려야 할 아이들을 학원이니 조기유학 등으로 바쁘다고 뒤로 싹~ 감추었다 이제야 주님 앞에 내어 드린다. 병이 든 상태로…

주님은 사랑 자체이시고 생명 그 자체이시다. 병든 아이가 사랑 자체이신 예수님을 만나자 병을 치유받고 정상적인 아이로 돌아온다.

그리스도인이 비 그리스도인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면 어떻게 신앙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그리스도인은 먼저 우리 아이들의 곳간에 하느님의 선물, 하느님의 사랑을 채워주고 하느님을 알게 하는 교육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요셉 성인과 성모님은 예수님을 가장 먼저 성전에 봉헌하셨다. 주님께서 주신 소중한 자녀를 학원이나 조기 유학 성전(?)에 봉헌하려고 뒤로 감추지 말고 주님의 성전에 먼저 내어드리자.

주님의 자녀는 마땅히 주님께 먼저 내어드려야 하고 주님의 사랑으로 양육돼야 한다. 그럴 때 우리의 자녀는 주님의 찬란한 빛으로 진짜 예쁘고 곱게 성장할 것이다.

우리 역시 넓고 편한 미로(迷路)에 빠지지 말고 주님께 향하는 좁은 문으로 나아가자. 사랑 자체이신 주님의 포근한 빛이 우리를 비추어 주시고, 우리의 모든 아픔과 상처를 깨끗이 낫게 해 주실 것이다…!

오늘도 밝고 은총 가득한 하루 되세요.*^^* ♬ 주를 찬양하라, 모짜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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