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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22일 야곱의 우물- 마태 20, 1-16 묵상/투덜대는 마음이었는데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22 조회수626 추천수9 반대(0) 신고

투덜대는 마음이었는데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 그는 일꾼들과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고 그들을 자기 포도밭으로 보냈다.
 
그가 또 아홉 시쯤에 나가 보니 다른 이들이 하는 일 없이 장터에 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정당한 삯을 주겠소.’ 하고 말하자, 그들이 갔다. 그는 다시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쯤에도 나가서 그와 같이 하였다.
 
그리고 오후 다섯 시쯤에도 나가 보니 또 다른 이들이 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 하고 물으니 그들이,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저녁때가 되자 포도밭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말하였다.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이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이들에게까지 품삯을 내주시오.’ 그리하여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이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 받았다.
 
그래서 맨 먼저 온 이들은 차례가 되자 자기들은 더 받으려니 생각하였는데,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만 받았다. 그것을 받아들고 그들은 밭 임자에게 투덜거리면서,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마태 20,1-­16)
 
한명수 시인(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부)
◆일을 하다 보면 서로가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더군다나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 차에서 오는 소외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회의를 하면서 제안하는 여러 일 중에는 구성원들이 해결할 수 없는 일들도 많다. 하지만 제안자는 쉽게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다. 할 수 없는 일을 자꾸만 요구하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아주 오래전, 여름성경학교를 준비하며 회의를 할 때였다. 그때 주위 사람들은 내가 아이디어가 많고 주일학교 경험도 있으니 일을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기대감에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이 매번 회의 때마다 기발한 제안을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 일은 한명수 선생님이 하시면 딱 제격인데요.”라고 했다. 제안만 하면 좋은 생각이라고 하면서도 아무도 맡지 않으려고 해 역정을 내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뒤 다시 모였다.
 
며칠 전과 비슷한 상황에서 교사 회장이 “앞으로 무슨 일을 결정할 때 약한 자의 편에서 생각하고 결정을 하면 어떻겠습니까?”라는 제안을 하였다. 순간 나는 형언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그들에게 언제나 어려움을 안겨주었고, 새벽부터 일을 하고도 한 데나리온밖에 받지 못했다며 투덜대는 사람과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따뜻한 배려를 제안했던 그 교사 회장은 주위의 기대감을 살 만큼의 아이디어는 없었지만,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하느님의 마음을 지녔던 것이다. 지금도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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