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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총 피정 < 5 > 아버지의 집- 강길웅 요한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22 조회수1,020 추천수10 반대(0) 신고

   


 

‘아버지의 집'

 


   제가 참 산만했던 사람입니다. 신학교에 못 가고 억지로 선생이 되어 딴 길을 걸었기 때문에 그저 일찍 죽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술을 마셔도 죽을 작정으로 마셨습니다. 누가 옆에서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못된 것들이 다 사라지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게 됩니다.


   바로 그때 주님께서 저를 신학교로 부르셨습니다. 계속해서 부르셨습니다. 저는 사실 신학교 갈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공부도 그렇고 나이가 서른이 넘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가? 그러나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그 친구는 얼마 후에 수도원에서 나갔는데,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느님께선 왜 수도자가 될 사람도 아닌 그 친구를 나보다 한발 앞서 수도원으로 부르셨는가? 그놈에게는 저를 신부로 만드시려는 하느님의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입니다.


   신학생들은 대체로 착하고 예의 바릅니다. 그러나 개중에는 막말로, 싸가지 없는 놈들도 있습니다. 나이든 신학생들이 그래서 견디지 못하고 신학교를 떠나곤 했지만 저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수도원에서 그 친구로부터 아미 단련이 되었기 때문에 신학생들이 아무리 버릇없이 굴어도 상처받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은 공연히 찌르거나 때리지 않으십니다. 나한테 잘해 주는 사람  보다도 특히 내 가슴에 아픔을 줬던 자들을 위해 기도할 때 하느님의 좋은 선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순 제4주일 에는 루카 복음 15장에 '되찾은 아들의 비유'가 나옵니다. 탕자가 아버지의 유산을 다 탕진하고 거지가 되어 돌아왔을 때 아버지께서 그를 개선장군처럼 기쁘게 받아 주셨다는 내용입니다. 반면에 착한 큰 아들은 아버지가 들어오라고 해도 불평만 하고 들어가지 않는데, 이것이 바로 신앙의 아이러니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사순절이라는 '아버지의 집'으로 초대하십니다. 왜 초대하시느냐? 우리는 어쩌면 문밖에서 방황하는 큰아들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도 작은아들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깊이 깨달아 아버지께서 차려 주신 음식을 먹고 아버지의 집을 차지하라고 초대하십니다.


   사람들은 아버지의 초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이건 혼인 잔치에 예복을 입지 않고 참석했다가 쫓겨나는 사람과도 같습니다. 왜 예복을 입지 않았느냐? 주인의 초대를 무시했기 때문인데, 그분의 초대를 무시한다는 것 은 그분을 모독하는 것이며 배척하는 것입니다.

 

                ♣ 은총 피정 中에서 / 소록도 성당 강길웅 요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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