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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23일 야곱의 우물- 마태 22, 1-14 묵상/ 찢어지고 버려진 예복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23 조회수624 추천수5 반대(0) 신고

찢어지고 버려진 예복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여러 가지 비유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그는 종들을 보내어 혼인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을 불러오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다른 종들을 보내며 이렇게 일렀다. ‘초대받은 이들에게, ‘내가 잔칫상을 이미 차렸소. 황소와 살진 짐승을 잡고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어서 혼인잔치에 오시오.’ 하고 말하여라.’
 
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갔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다. 임금은 진노하였다. 그래서 군대를 보내어 그 살인자들을 없애고 그들의 고을을 불살라 버렸다. 그러고 나서 종들에게 말하였다. ‘혼인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 오너라.’
 
그래서 그 종들은 거리에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데려왔다. 잔칫방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임금이 손님들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다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고,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하고 물으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임금이 하인들에게 말하였다. ‘이자의 손과 발을 묶어서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마태 22,1­-14)
 
한명수 시인(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부)
◆태중교우인 나는 생활 속에서 ‘하느님 나라의 의’를 구하기 위해 교회의 가르침대로 봉사하며 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자랐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없으면 움직이려 하지 않았고, 그들과 함께 지내는 나 또한 조금씩 그런 물에 젖어들었다.
 
청소년기를 막 벗어날 무렵 나는 학교 공부뿐 아니라 본당과 교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봉사했다. 어느 날 본당 선배가 “미카엘은 참 부지런하구나. 그렇게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을 보니 사회에 나가면 돈 많이 벌겠는데!” 하는 게 아닌가. 그때는 그런가 보다 하고 별 생각 없이 지내면서, 교회 일을 참으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요즈음 그 선배의 말이 가끔씩 떠오른다. ‘돈’이 나의 가치를 좌우하는 것은 아닌지, ‘하느님 나라의 의’를 구하기보다 ‘개인의 의’를 먼저 찾는 것은 아닌지, 어떤 일이 주어지면 기쁜 마음으로 다가가기보다는 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이 생기는지를 먼저 계산하는 것은 아닌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하여 합당한 예복을 준비해야 하는데 오히려 입고 있는 예복조차도 하나씩 벗으며 살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지막 날,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한 채 어둠 속으로 버려지는 것은 아닐까? 찢어지고 버려진 예복을 다시 깁고 다림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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