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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생활묵상] 밥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24 조회수794 추천수17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곰국을 푹 고아 고깃국에 밥을 말아 엄마께 드렸다.

고기를 전혀 잡숫지 않는 분이시라 기껏 머리써서 기운 좀 차리시라고

곰국을 고아 드린 것이다.

편식을 심하게 하셔서 가리시는 것이 많지만 고기국인지 조차 모르시고

비교적 잘 드시니 다행이다.

 

귀여운 우리 엄마는 몇년 전 백내장으로 인해 레이저 수술을 받으신 후

눈이 밝아지셔서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이제는 국에 넣은 후추가루가

눈에 띄이니까 못 먹는 잡티가 들어가있는 줄 알고 일일히 골라내며 한바탕

낚시질을 하시느라 바쁘시기만하다.

 

치매로 인해 딸들이 주는 것은 다 먹어도 된다는 것을 모르시는 우리 엄마는

아무리 가르쳐 드려도 소용이 없다.

파를 싫어하셔서 파도 넣지 않은 곰국에 소금간을 심심하게 하여 드렸을 뿐이다.

양념이 제대로 들어가야 맛이 좋은데..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만 생기게 된다.

 

오늘은 혼자 식사를 해 보시라고 옆에서 지켜보았다.

보통 인내로 견디지 않으면 정말 답답하기 짝이없다.

역시 국물만 떠 잡수셔서 견디다 못해 다시금 떠 먹여드렸다.

입을 방긋 방긋 벌리시며 받아 잡수시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았다.

 

호박 나물과, 고보 조림을 아주 잘 잡수신다.

생선없으면 진지를 못 잡수시던 분이 이제는 생선을 씹다가 뱉아버리신다.

조금이라도 건덕지가 입속에 모이게 되면 삼키시지를 않고 다 뱉아버리신다.

 

무엇을 만들어 드리면 영양가가 좋은 식사를 잘 드시게 할 수 있을까?

고기 다진 것으로 동그랑 땡을 만들어 드려도 씹다가 뱉으시고

새우를 곱게 다져 전을 부쳐 드려도 씹다가 뱉으시고 참으로 걱정이 많다.

 

잠시 묵상을 해 본다.

 

고깃국인 줄도 모르시고 겨우 소금간만을 해서 드린 곰국을 드시는 우리 엄마를

지켜보면서 떠올려지는 일이 있다.

 

안정된 생활을 하던 몇년전 시절에  언젠가 여유가 된다면 양로원을 내 손으로

이루고 싶다는 결심을 했던 적이 있다..

물론 지금 형편으로는 건강상이나 재정적인 문제로 양로원의 꿈은

무산되다시피 허물어졌지만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나의 결심은

언제나 나를 희망의 세계로 이끌어주곤 했었다.

 

지금도 그 마음은 그닥지 큰 변화가 없으나, 실제적으로 치매걸리신 우리

엄마를 모시면서 가끔은 마음 한 구석에서 걸림돌이 솟아오르려고 한다.

 

양념이 제대로 들어가야 맛있는 고깃국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겨우 겉딱지만 신앙인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닐런지

한참을 묵상하게 된다.

 

나의 꿈이었던 양로원을 이루어 내었다고 가상 했을 적에 진정한 사랑으로

어려운 이들을 보살필 수가 있겠는가.

 

때때로 나를 낳아 길러주신 엄마이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모시는 것이지

한치만 걸러진 사이라도 너무 힘들어 모시지 못할 것 이라는 말이 내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모두에게

골고루 마음을 써 주실텐데 나의 마음은 겨우 요렇게 얇팍하기만 하다.

 

엄마가 후추를 건져내시려고 애를 쓰시듯 깊은 하느님의 사랑을 내 스스로

내 쳐버려  거부하며 애를 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이 다음의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선뜻 양로원 설립하는 것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나의 큰 실수라고 볼 수 있다.

묵묵히 지내다 여건이 되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음에도 나의 희망을 너무도

쉽게 말해버린 꼴이다.

 

결코 그랬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착해보이고 싶었던 것은 아닐런지

요즘들어 내 자신이 의심스럽기조차 하다.

 

좀더 성숙하고 아름다운 신앙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그래서 오늘도 또 나는 하느님의 옷자락을 꽈악 움켜잡아 본다.

 

역시 내게 이런 마음을 갖게 해 주신 우리 엄마는 최고이시다.

그리고 내게 많은 사랑을 나누어 주신 우리 님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생각대로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늘 부탁했던 대로 우리 두 아들녀석들에게

엄마가 이루지 못한 나의 소원인 양로원 설립을 너희들이 이루어 주길

바란다며 염치없이 또 말해 볼 참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치매걸리신 귀여운 우리 엄마, 감사합니다.

사랑을 듬뿍 퍼부어 주신 우리 님들, 감사합니다

 

신년인사로 여러분들의 밥이 되어드리겠다고 약속했던 마음,

변치않고 지키도록 노력에 노력을 하겠습니다.

 

요즘들어 늘 엄마 이야기만을 늘어놓아 죄송했습니다.

읽어주셔서 또한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신명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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