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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25일 야곱의 우물- 마태 23, 1-12 묵상/ 죽은 강의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25 조회수472 추천수8 반대(0) 신고

죽은 강의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마태 23,1-­12)
 
한명수 시인(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부)
◆20대 후반 무렵부터 나는 초청 강의나 강연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많은 강의를 해왔지만 잊혀지지 않는 강의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박수를 여러 번 받고 훌륭한 강의였다는 칭찬을 들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신임 교리교사들을 대상으로 세 시간 동안 ‘교리교사론’에 대해 이론이 아닌 실천을 중심으로 강의를 했다. 휴식 시간마다 후배 교사들은 나에게 와서 좋은 강의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고, 여러 가지 칭찬과 함께 다음 기회에 또 강의를 듣고 싶다는 말을 남기곤 했다.
 
마침내 강의가 끝나고 큰 박수를 받으면서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큰 박수가 주는 뿌듯함은 잠시,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나는 몹시 괴로웠다. 평소 내가 실천하지 못한 일을 남에게 실천하라고 말해서는 안 되며 말을 했으면 반드시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온 터라, 그날 강의에서 나는 행하지도 못하면서 그들에게는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율배반적인 나의 언행 때문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한동안 강의 요청을 거절하였다.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실행하지 않은 일을 마치 실행한 것처럼 말하는 강의는 아무리 크고 오랜 박수를 받아도 무의미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후 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강의를 하려고 무진 노력을 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강의는 곧 그 강사의 인간 됨됨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강의는 죽은 강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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