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수 시인(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부)
◆20대 후반 무렵부터 나는 초청 강의나 강연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많은 강의를 해왔지만 잊혀지지 않는 강의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박수를 여러 번 받고 훌륭한 강의였다는 칭찬을 들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신임 교리교사들을 대상으로 세 시간 동안 ‘교리교사론’에 대해 이론이 아닌 실천을 중심으로 강의를 했다. 휴식 시간마다 후배 교사들은 나에게 와서 좋은 강의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고, 여러 가지 칭찬과 함께 다음 기회에 또 강의를 듣고 싶다는 말을 남기곤 했다.
마침내 강의가 끝나고 큰 박수를 받으면서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큰 박수가 주는 뿌듯함은 잠시,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나는 몹시 괴로웠다. 평소 내가 실천하지 못한 일을 남에게 실천하라고 말해서는 안 되며 말을 했으면 반드시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온 터라, 그날 강의에서 나는 행하지도 못하면서 그들에게는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율배반적인 나의 언행 때문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한동안 강의 요청을 거절하였다.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실행하지 않은 일을 마치 실행한 것처럼 말하는 강의는 아무리 크고 오랜 박수를 받아도 무의미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후 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강의를 하려고 무진 노력을 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강의는 곧 그 강사의 인간 됨됨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강의는 죽은 강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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