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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87) 뚱뚱한 내가 좁은 문으로 /하청호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27 조회수761 추천수11 반대(0) 신고
 
 
 
 
 8월 넷째주 연중 제21주일
"너희는 좁은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루카 13,22-30)
 
 
       뚱뚱한 내가 좁은 문으로
 
 
                                                     글 : 하청호( 대전가톨릭대학교 영성관 보좌신부)
 
 
학교가 멀어 고등학교 때 하숙을 했다.
하숙집에는 대학생 형이 둘, 누나가 둘 있었는데 주인아주머니까지 모두 개신교인이었다.
 
어느 날 회계사 준비를 하던 형이 수요일 밤 기도회에 와보라며 친절히 초대해 호기심 많던 나는 작은 기도방에 가게 되었는데 이상한 환영인사를 들어야 했다.
 
"우리 교회는 작년부로 천주교를 이단 명부에 올렸습니다."
 '헉!....'
 
먹먹하여 말도 안 나오고 눈만 멀뚱거리는 나를 측은히 보던 나머지 형과 누나들은 기도를 시작했다. 울며불며 있는 힘을 다하는 그들의 통성기도로 방안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었다.
 
내 차례가되어 고개를 콱 처박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기도를 했다.
 
'어서 여기를 나가고 싶어요'
 
 
구원이 없는 교회에 다닌다는 은근한 시선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학교에 갈 것이라고 하숙집에 밝혔다.
 
그런데도 하숙집 아주머니는 나와 기타 치며 찬송하고 함께 눈물도 많이 흘렸다.
나는 입시스트레스와 집 떠난 설움을, 아주머니는 재혼에 시어머니 갈등까지 고등학생에게 별 이야기를 다했다.
 
형, 누나들과도 곧잘 어울렸고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담배연기 자욱한 당구장에 함께 가서 처음으로 당구도 배웠다.
우린 서로 종교를 잊고 그저 삶을 같이 살았다.
 
"당신네는 이상하오! 우상에게 절을 하고 술 담배는 어떻구요?"
 
가끔 시비를 거는 이웃들도 있지만 언쟁은 않는다.
복음화의 이름으로 내게 끌어들이는 것보다 나 자신부터 복음화 되어야 하기에.....
다만 속으로 말한다.
 
"그려요, 내가 죄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도 죄인을 부르러 오셨잖아요...."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욕심 많은 나, 이기심과 내고집으로 뭉친 뚱뚱한 나는 이 '좁은 문' 을 통과하기 어렵다.
행복을 위해 찾아온 천주교는 행복을 앗아간 사람을 사랑하라고 한다.
 
행색이 보잘것없는 사람,
정말 꼴도 보기싫은 사람,
인정하기 싫은 그 사람,
 
내게 고통을 주는 바로 그들이 예수님이 되어 나를 구원으로 인도할 것이다.
 
 
어차피 구원의 문을 열고 닫는 판정은 주님의 몫이다.
그러니 네가 옳다 내가 옳다, 구원이 있느니 없느니 싸울 것도 없다.
 
누가 들으라는 듯 의식적으로 하는 거짓 기도 말고,
온 마음의 중심이 하느님께 가있는 기도라면,
작게 기어들어가는 소리든, 울며불며 하는 큰 소리든 하느님은 다 들으실 것이다.
 
"구원받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는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나더러 '주님, 주님!'  한다고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는 말씀을 주신다.
 
 
                 ㅡ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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