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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29일 야곱의 우물- 마르 6, 17-29 묵상/ 기꺼이 듣고자 하는마음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29 조회수604 추천수9 반대(0) 신고

기꺼이 듣고자 하는마음

그때에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 감옥에 묶어둔 일이 있었다. 그의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 때문이었는데, 헤로데가 이 여자와 혼인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요한은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헤로디아는 요한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헤로데가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왔다. 헤로데가 자기 생일에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의 유지들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그 자리에 헤로디아의 딸이 들어가 춤을 추어 헤로데와 그의 손님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임금은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나에게 청하여라. 너에게 주겠다.” 하고 말할 뿐만 아니라, “네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왕국의 절반이라도 너에게 주겠다.” 하고 굳게 맹세까지 하였다.
 
소녀가 나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무엇을 청할까요?” 하자 그 여자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여라.” 하고 일렀다. 소녀는 곧 서둘러 임금에게 가서,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다. 임금은 몹시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라 그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임금은 곧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 경비병이 물러가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주었다. 그 뒤에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무덤에 모셨다.
(마르 6,17-­29)
 
한명수 시인(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부)
 ◆지난 학기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가톨릭 사상’을 종강하는 날, 한 학생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처음에 청강을 하러 들어갔을 때, 27년 짧은 인생에서 최고로 힘든 일을 겪고 다시는 주님 앞에 서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지금 제가 겪고 있는 것은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작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은 지금도 나를 사랑하고 계시고, 제 마음이 변치 않는 한 주님께서도 제 손을 놓지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강의를 듣는 내내 참 행복했습니다. 지금 이 느낌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었다가 앞으로 어려운 일에 부딪칠 때마다 꺼내 생각해 보고, 또 주님을 찾겠습니다.”
 
구 소개로 내 강의를 들으려고 하는데 허락해 줄 수 있느냐고 묻던 그의 첫인상은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았다. 청강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을 것이고, 자신의 삶에 대한 복잡한 갈등과 아픔도 있었을 터인데 정식 수강생들보다 더 열심히 강의를 듣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치열해 보였다. 나의 강의가 단순히 듣기 좋은 내용만은 아니고, 삶을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한테는 가시와 같고 훈계적인 내용도 많은데, 기꺼이 듣고자 하는 그를 보며 더욱 열심히 강의를 했다.
 
그 학생한테는 내 강의가 다소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듣고자 한 그에게 어느새 하느님은 그 마음 한가운데 자리하셨던 것이다. 자신의 현 상황을 인정하고 기꺼이 듣고자 하는 이에게는 이렇게 큰 기쁨이 찾아오나 보다. 내 강의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다시 체험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분명 은총이고, 나를 그런 도구로 쓰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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