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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성을 따라]마지막인 듯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29 조회수611 추천수12 반대(0) 신고

 

마지막인 듯

 

10년 전, 나는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다.

임종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었고

죽음에 대해서 자주,

그리고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환자가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되면

영안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아저씨 둘이
카트를 밀고 고인을 모시러 온다.

 

그런데 어린 내 눈에도 정말 성의 없고
‘사람이라는 물건’을 다루듯 했다.

 

이승의 삶이야 어떻든

떠나는 마지막 길까지
그렇게 비참하면 안 되지 않는가,

자기 부모님이어도 저렇게 할까,

 

비록 죽은 몸이지만

저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잘 아시는 어머니는 신문기사를 보고

장례지도과로 대학 진학을 권유하셨고

남들이 꺼리는 일,

내가 해주면 보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해

이 길을 가고 있다.

 

가끔씩 내 직업을 말하면 무섭다며

나를 피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처음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그런 반응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때도 낯선 직업이었고

지금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지만 보람된 일이다.


사람의 마지막 길을 보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배웅을 해드린다.

 

마지막 이별의 시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을 하나, 둘 보내드리면서

그 시간에 다다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찌꺼기 없는 마음으로 살자고,

그리고 모두가 한 번은 돌아갈 것이니

오늘 그 시간이 정해진 사람처럼 살아가자고.
-심은이-


 

 

 

L'esperance Gaudemus[희망의 찬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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