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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31일 야곱의 우물- 마태 25, 1-13 묵상/ 빈 등잔 속을 헤매는 내 모습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31 조회수508 추천수6 반대(0) 신고

빈 등잔 속을 헤매는 내 모습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그때에 하늘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하고 대답하였다.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주십시오.’ 하고 청하였지만,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태 25,1­-13)
 
한명수 시인(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부)
◆“나는 우리 집사람 치맛자락만 꼭 잡고 있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거야!”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선배 교사가 있다. 은근히 본당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부인 자랑을 하면서도 자신은 좀 부족하지만 아내 덕분에 하늘나라는 쉽게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참 좋겠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야기의 뒤끝을 씁쓸하게 한다.
 
예수께서 등잔 속의 기름, 혼인 예복, 바위 위에 지은 집 등과 같은 비유를 들어 말씀하실 때 그 의도하는 바는 똑같다. 곧 행동으로 나타나는 신앙생활만이 심판관의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자신은 노력하지 않고 타인의 공적으로 하늘나라에 갈 수는 없지 않은가? 함께 사는 부부일지라도 배우자의 공덕을 자신의 것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 선배는 그저 한번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그의 생활과 언행을 가만히 보면 그것이 완전히 농담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하지만 하루 일을 반성하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저녁기도 시간이 되면, 나 역시 그 부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사람임을 인정하게 된다.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서 나 역시 하늘나라를 향해 가는 공동체의 공로에 묻어가려는 얌체짓을 행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동료들은 잘도 참아주니, 참으로 나는 ‘어리석은 처녀’인 것이다. 남의 공로에 묻어가려는 선배를 질책하는 시선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내 가슴에 꽂힐 때 나는 심한 고통을 느낀다. ‘우리 등이 꺼져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라고 애걸하는 내 모습이 텅 빈 등잔 속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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