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은총 피정 < 10 >원하지 않는 불청객 - 강길웅 요한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31 조회수811 추천수10 반대(0) 신고


 

원하지 않는 불청객


   제 친구 중에 건강하고 술 잘 먹는 사람이 있었는데 앉았다 하면 막걸리를 한 말 씩이나 마시던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몸에 이상한 병이 와서, 머리에 의식은 있는데 온몸은 꼼짝하지 못해서 대소변도 부인이 받아 냈습니다. 처음에 이 친구는 그 상태에서 자기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때 이 친구는 자기 집 앞을 늘 산보하던 중풍 걸린 노인을 생각합니다. 처음엔 그랬습니다. 저런 몸으로, 남들 보기도 불편한데 뭐 하러 밖에 나오시는가, 혼자 속으로 무시하고 화도 냈는데, 자기가 아프고 보니 그게 아닌 것 입니다.


   그 노인만큼이라도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풍 걸린 그 노인이 얼마나 존경스럽게 보이는지, 그리고 얼마나 부럽게 보였는지 모릅니다. 저렇게만 이라도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중에 건강을 회복하게 되자 이 친구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우선 자기 몸에 대해 아주 겸손해졌으며, 진탕 먹고 마시는 습관을 버렸고, 그리고 늘 술과 술집 여자들만 쳐다봤는데 이제는 완전히 달라져서 몸이 불편한 장애인만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도와주는 봉사자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얻어맞으면 아무도 가르칠 수 없는 지혜를 그때 배우게 됩니다.


   남편은 교수요 아내는 의사인 부부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너무 똑똑하니까 자존심이 강했는데 여자 쪽이 더 심했습니다.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서로 이혼하기로 합의를 보았는데 이혼하기 직전입니다.


   어느 날 부인이 자기 몸이 이상해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암 같다는 것입니다. 대학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하니 석 달밖에 안 남았다는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그 잘난 여자가 갑자기 가장 못난 여자가 되는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 헤어질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나 암이래요. 석 달밖에 못 산대요." 그 말은 남편에게도 청천벽력이었습니다. 여자가 너무 똑똑하고 잘나서 꼴 보기가 싫었는데,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가 되어 자기 앞에 초라하게 서 있으니 마음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여자의 눈에는 자기 좀 도와 달라는 호소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그때 남편은 불쌍한 아내에 대해 새로운 애정이 생겨 자기도 모르게 여자를 껴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여자는 울고 나서 남편이 너무 고마웠고, 남편이 그동안 자기에게 너무 잘해 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 한 가지 유언이 있어요." "뭐요?"


   "내가 죽거든 좋은 여자 만나서 다시 장가들어 그 여자에게도 나한테 해 줬던 것처럼 잘해 주세요. 이게 내 마지막 소원이에요." 눈을 뜨니 남편이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남자도 눈을 뜨니 여자가 자기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됩니다.


   "당신은 죽지 않아,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쳐 주겠소."  그런데 이상합니다. 얼마 후에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하니 암이 다 없어졌답니다. 불평하고 원망하던 삶에서 감사하고 베풀 줄을 아는 삶으로 바뀌자 암세포가 다 죽은 것입니다. 그 뒤부터는 부인이 겸손한 여자가 되어 부부가 아주 잘 살게 되었습니다.


   눈뜨기 전에는 서로 원수였는데 눈을 뜨니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당신'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이유도 모르게 얻어맞는 아픔 속에 는 어떤 선물이 있습니다. 따라서 불청객이 찾아올 때 화만 내지 말고 무슨 선물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카를로 카레토'라는 가톨릭에서 유명한 수사님이 계셨는데 이분이 처음 에는 굉장히 건강한 분이었습니다. 본래 등산을 좋아해서 장래 희망이 등산 하다 조난당한 자들을 구하는 구조대원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등반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하루는 카를로 카레토가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남자 간호사인 친구가 주사 한 방이면 몸이 한결 좋아질 것이라며 허벅다리에다 주사를 한 대 놓았는데 그 주사에는 몸을 마비시키는 독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그는 그 길로 다리병신이 된 것입니다. 친구의 순간 실수로 멀쩡한 사람을 평생 불구자로 만든 것입니다. 이때 카를로 카레토는 하느님의 뜻은 등반 조난 구조대원이 아니라 다른 데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사막에 들어가서 10년 동안 기도하며 많은 체험을 합니다.


    『사막에서 온 편지』, 『주여. 왜?』『도시의 광야』. 『오시는 주님』, 『아버지 나를 당신께 맡기나이다.』등등 수많은 저서를 통해서 목마른 사람들에게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자신의 다리가 마비가 된 것은 은총이었다고 말했는데, 그건 진심이었습니다.


   원하지 않는 불청객이 우리 눈을 뜨게 해 줍니다.

 

              ♣ 은총 피정 中에서 / 소록도 성당 강길웅 요한 신부 ♣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