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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문품보다 더 좋은 ‘말’ - 김정환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01 조회수822 추천수4 반대(0) 신고
 

 

 

위문품보다 더 좋은 ‘말’


   행동 못지않게 중요한 ‘말씀’


   다양한 사목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본당에서, 때론 특수사목 현장에서 들려주는 이러한 사목 체험사례들은 교회공동체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때론 애환과 기쁨, 보람과 좌절이 교차되는 사목체험기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말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말을 공부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안다. 그 말이 담고 있는 모든 요소를 경험하고 또한 함께 어우러져 살지 않으면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뜻을 전달받고 전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말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서도 행동 못지않게 말씀이 중요하다. 군종신부로 군에 와서 생활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 중의 하나도 이 말이다. 단순한 의사소통만이 아니라 그 말에 들어 있는 정신에 대한 것이다.


   젊은 청년들이 군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군대식 어투다. 상급자에 대해서는 말끝이 「~ 다.」 「~ 까?」로 끝난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진다. 나 역시 오래 전에 사병 생활을 했지만 다시 군종신부로 와서 이 표현들을 들었을 때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은 여전했다. 그러다 보니 표현에 제한을 받는 경우도 있고, 사고가 단순해지고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 부대는 동부전선 최전방에 위치해 있다. 산과 바다를 끼고 길게 철책선이 놓여 있다. 여기를 가리켜 GOP라 하고, 비무장지대를 GP라고 한다. GOP의 경우 한번 투입되면 9개월가량 머문다. 정해진 휴가 이외에는 밖을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무척이나 답답해하고 밖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사단에는 군종신부가 혼자밖에 없는데다 산과 해안에 걸쳐 너무나 많은 근무지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지형이 험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많은 시간을 GOP, GP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찾아가는데 할애한다. 그래도 군종신부는 좀 덜 군인 같고, 바깥사람 같은 지 찾아가면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또 위문품이나 간식, 위문편지를 들고 가면 그 반기는 정도가 상당히 업그레이드된다.


   하루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GP를 찾아갔을 때다. 병사들을 모아 놓고 내무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병사가 이야기하는 내내 히죽히죽 웃는다. 나중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랬니?」 「…그래」 「…그랬어?」 「…그렇잖아」 등 오랜만에 듣는 밖의 말이 좋았단다. 그래서 자주 오란다. 간식도 좋고, 위문품도 좋지만 찾아오는 마음과 말이 더 좋단다. 전방에서 내려오면서 「너희는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 김정환 신부(군종교구 동해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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