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은총피정<11> 사랑을 해야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 강길웅 요한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03 조회수989 추천수12 반대(0) 신고

사랑을 해야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눈을 뜨는 세 번째 방법은, 억지로라도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어떤 수도원에 갔더니 현관 입구에 "사랑하면 보게 될 것이고, 보게 되면 더 사랑할 것이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사랑은 하느님의 눈이기 때문에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며느리를 몹시 미워하는 시어머니가 있는데 며느리가 뭘 잘못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연히 시집살이를 시킵니다. 그러니까 며느리가 주눅이 들어 자꾸 실수를 합니다. 못한다고 뒤따라 다니며 나무라면 더 못하게 됩니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고해성사를 볼 때 그 사정을 잘 알고 계시던 신부님이 보속을 주시면서 "하루에 열 번씩 일주일 동안 며느리를 매일 칭찬해 주세요." 라고 하셨습니다. 칭찬을 안 하면 미사 때 영성체도 하시지 말라고 엄하게 당부하셨습니다. 할머니로서는 큰일이었습니다.


   이튿날 새벽이었습니다. 방문을 열고 나가니까 며느리가 벌서 부엌에서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시어머니가 자기도 모르게 "피곤할 텐데 일찍 일어났구나." 하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때 생전 처음 시어머니로부터 따뜻한 말을 들은 며느리는 그만 감복하게 됩니다. 새벽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 오는 것입니다.


   식사 때의 일입니다. 새벽 미사에 다녀오신 시어머니가 밥 한 수저를 입에 넣더니만 "밥 참 잘했다. 우리 며느리는 밥을 맛있게 하는구나." 하고 칭찬하자 며느리 가슴에는 꽃이 피는 것입니다. 청소를 하면 청소를 칭찬해 주고, 빨래를 하면 빨래를 칭찬해 줍니다. 그런데 사실 시어머니 가슴에는 더 큰 꽃이 피게 됩니다.


   시어머니는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어떤 충만한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그날 밤의 일이었습니다. 시어머니가 잠을 자려고 눕자 갑자기 며느리에 대

한 이쁜 생각이 났습니다. 며느리나 자기나 이 집에 고생하러 왔는데 당신이 너무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면서 내일부터는 더 칭찬을 해 주고 더 사랑해 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습니다.


   며느리도 그날 밤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를 그동안 오해했던

것이 죄송했으며, 사소한 고생에 대해 너무 쉽게 불평을 가졌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오래 사실 수 있도록 잘 모시겠다고 마음속으로 몇 번을 다짐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따뜻한 사랑을 갖자 아주 다정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사랑을 해야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옛날얘깁니다. 옛날 시골에서 한 총각이 장가를 갔는데 여자가 얼마나 못 돼먹었는지, 남편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홀로 계신 시아버지에게 너무 불손했습니다. 진지를 제때에 차려 드리지 않으며, 나중에는 죽지않는다고 시아버지를 내쫓겠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었습니다.


   여자 하나 잘못 들여놓고는 남편과 그 아버지가 여간 고생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는 부쩍 늙어 병약하게 되고, 남편은 근심 걱정에 세상 기쁨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장에 갔다 오더니 부인을 불러 놓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여보, 오늘 시장에 갔더니, 별 희한한 사람이 다 있습니다. " 아내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남편이 말했습니다. "아, 글쎄 살찐 영감을 비싼 값에 사겠다는 놈이 다 있습니다."


   그러자 여자가 무릎을 탁 치면서 "알았어요." 하더니, 그날부터 시아버지 팔아먹을 욕심에 지극한 정성으로 모시는 것입니다. 흰쌀밥에 고기반찬은 물론이요, 마음이 편해야 살도 찐다면서 어깨와 다리도 주물러 드리고, 온갖 정성을 다해 모시게 됩니다.


   그러자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효성에 살판이 났습니다. 그동안 섭섭했던

마음은 어느새 다 잊고, 달라진 며느리의 효심에 감복하여 모처럼 만에 어깨 펴고 재미있게 사는데, 하루는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그랬습니다.


   "요즘 마을에서 네 칭찬이 자자하다. 시아버지 어깨까지 주물러 주는 며느리가 어디 있느냐? 마을 노인들이 너에게 효부 상을 줘야 한다고 야단들이다." 그러자 며느리도 그럽니다.


   "저도 요즘 마을에 나가면 동네 부인들이 모두 저를 칭찬해요. 우리 동네에 큰 효부가 났다면서 저희 집에 효부 구경하러  온대요." 그래서 시아버지뿐만 아니라 며느리마저도, 자기들 생애에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가장 보람 있는 세상을 살게 됩니다. 그날 밤입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슬그머니 말을 꺼냈습니다. "아버지가 저 정도 살찌신 걸 보면 값을 꽤 받을 것 같은데, 다음 장에 내다 팔도록 합시다."


   그러자 며느리가 남편 따귀를 냅다 갈기면서 "아니, 자기 아버지를 팔아먹는 아들이 어디 있어요. 나는 시아버지 섬기는 재미로 살고 있으니까, 나가려면 당신이나 나가요!" 하더랍니다.


   이상합니다. 며느리가 원수 같은 존재였는데, 그리고 시아버지가 원수처럼 미웠는데 억지로라도 사랑하니까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눈을 뜨지 못하면 볼 수가 없고, 하느님의 은혜가 가득 넘쳐도 마음이 닫혀 있으면 느끼지 못합니다.


   나만 옳은 것이 아닙니다. 편견을 버립시다. 애매한 불청객에겐 선물이 숨겨져 있습니다. 은혜로 받아들입시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사랑합시다. 그러면 눈을 떠서 큰 평화를 바라볼 것입니다. 아멘.

 

              ♣ 은총 피정 中에서 / 소록도 성당 강길웅 요한 신부 ♣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