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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4일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04 조회수1,031 추천수15 반대(0) 신고
 

9월 4일 연중 제22주간 화요일-루카 4장 31-37절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봄밤의 수수 꽃 다리 향기보다 그윽한 사람>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납치극을 바라보며, 그리고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섬뜩한 사건사고를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인간이 로구나’하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을 그리도 무참하게 살상하는지, 마치 놀이하듯 사람 생명을 침해하는지, 어찌 그리도 쉽게 인권을 유린하는지, 무섭기만 합니다. 사람이 참으로 두렵습니다.


   인간의 본능에 자리하고 있는 선과 악은 천사와 악마처럼 서로 충돌하면서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주체의 존재를 위태롭게 합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추악한 인간으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요. 태어날 때부터 흉악범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조직폭력배로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본래 인간 그 자체는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는 존재인지 모릅니다. 한 작가는 인간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우며, 봄에 올라오는 여린 잎의 연둣빛보다도 곱고, 봄밤의 수수 꽃 다리 향기보다 그윽하다.”


   봄날, 우리의 후각을 황홀하게 만드는 수수꽃다리의 아름다운 향기는 단 며칠간의 따뜻한 봄 햇살을 받고 급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혹독한 한파를 이겨내며 오랫동안 묵히고 묵힌 그런 향기이기에 더욱 그렇겠지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 가운데, 두드러진 일 하나는 죄와 폭력으로 훼손되고 오염된 인간 고유의 가치를 복원시켜주시는 일이었습니다. 악령과 병, 죽음의 세력으로부터 시달려 갈 데 까지 간 사람들에게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아주신 일이었습니다.


   최선의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를 최선의 길로 이끄십니다.


   시련이 다가올지라도 기를 쓰고서라도 최선의 하느님께 나아가십시오. 그러면 사랑의 태양이신 하느님께서 그대를 향해 활짝 팔을 펼치실 것입니다.


   사랑의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때로 스토커 같습니다. 우리가 그분을 외면할 때도 우리를 떠나가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그분께 정면으로 대들면서 막살아도 우리 곁을 맴도십니다. 고질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을지라도 우리와의 끈을 놓지 않으십니다. 악령이 들려 형편없는 몰골을 하고 다녀도,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며 다 떠나간다 할지라도 하느님만은 끝까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뎌낼 때, 언젠가 사랑의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다가오실 것입니다. 자비의 팔을 펼치실 것입니다.


   우리를 향한 기대와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사랑의 하느님, 그 모습이 오늘 복음에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더러운 마귀의 영이 한 가련한 사람 안에 들어가 예수님을 향해 외칩니다.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한 가련한 인간 안에 들어가, 그의 영혼은 물론, 육체와, 정신, 품위를 완전히 훼손시킨 악령, 그 악령의 활동으로 인해 죽음 문턱까지 도달한 한 가련한 인간의 고통 앞에 사람들은 다들 서둘러 피해갔습니다. 다들 두려워 떨었습니다. 다들 악령이 자신에게 옮겨 붙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소름이 다 끼쳤습니다.


   그러나 오직 단 한분 예수님께서 그에게 다가가십니다. 구원의 손을 펼치십니다. 본래의 고귀한 성품을 되찾아주십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던 본래의 모습을 회복시켜주십니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복원시켜주십니다.


   고뇌하고 절망하고 좌절하고 쓰러지는 한 인간, 그 인간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하는 소중한 장소입니다.


   오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겹다면, 오늘 모든 것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면, 오늘 비참으로 흐려진 눈을 들 수 없다면,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사랑의 하느님께서 환한 얼굴로 그대에게 다가올 순간이 가까웠다는 사실을.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락성가 152번 / 오 지극한 신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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