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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총 피정<12> 잘못이 늘 제 앞에 있습니다 - 강길웅 요한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04 조회수1,266 추천수12 반대(0) 신고

  
 

"잘못이 늘 제 앞에 있습니다." (시편 51.5)


   몇 년 전입니다. 소록도에 은인 자녀들을 초청하여 3박 4일 동안 현장 체험시킬 때 서울에서 네 명의 자매가 와서 도와주었습니다. 일이 끝난 뒤에 사제관에 불러 삼겹살 파티를 열어 주었는데, 자매들은 모두 40대의 주부였으나 제 눈에는 10대 소녀처럼 보였습니다. 그때 맥주를 한 잔씩 따라 주면서 물어보았습니다.


   "자매들 생애에 가장 기뻤던 사건이 언제였느냐?" 뻔한 질문인 줄 알면서도 한 사람씩 차례로 말해 보라니까, 첫 번째 자매가 한참 뜸을 들이더니, 나중엔 저를 흘켜 보면서 말을 못하고 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고 그리고 조심스럽게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얼마 후에 이 자매가 입을 열었습니다.


   남편이 착한 사람이긴 한데 술을 많이 마셔서 아내를 늘 피곤하게 한답니다. 얼마 전에는 보증을 잘못 서서 빚도 많이 지고, 그 후로는 음주 습관이 더 심해져서 가정불화도 많게 되었답니다. 일을 해야 할 사람이 일을 안 하니까 살림이 어렵고 요즘에는 힘들어 죽을 지경이랍니다. 저는 그런 여자인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본래 술을 좋아했던 사람이기에 부인에게 위로를 해 주고, 어려운 때 일수록 자매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며 기도를 해 줬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자매를 시켰는데, 이 자매도 두려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딸 죽은 얘기를 꺼냈습니다.


   딸이 예쁘고 똑똑했답니다. 그런데 몸이 워낙 약해서 초등학생이던 어느

날 손쓸 틈도 없이 죽었다면서 딸이 죽은 지 3년이 넘었는데도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슬프게 울었습니다. 그 자매는 본래 명랑하고 재미있는 여자였습니다.


   그가 울 때 다른 자매들도 다 울었습니다. 사람들은 가슴에 슬픔의 주머니들을 몇 개씩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슬픈 얘기에 자기들의 슬픔 주머니가 터져서 눈물을 함께 흘립니다. 그리고 사실은 그때 위로도 받으며 치유도 받습니다. 제가 그 자매를 위해 기도를 하고 다음 차례의 자매에게 눈짓을 하자, 그 자매도 제 얼굴을 보면서 울었습니다.


   그때는 I.M.F 직후였는데, 하던 공장이 잘 안돼서 부도가 났습니다. 그러니 평생 수고한 것이 다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저는 그날 깜짝 놀랐습니다. 왜 기쁜 일을 얘기하라니까 기쁜 일은 얘기 못하고 아프고 슬픈 일만 얘기할까요? 왜 그렇죠? 아프고 슬픈 일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참된 기쁨은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얘기가 이상한 데로 흘렀지만, 겨울에 목욕을 하고 나면 가끔 등에서 따끔거리는 부분이 있게 됩니다. 목욕을 했는데 왜 따끔거리나요? 등 쪽에는 손이 잘 미치지 않기 때문에 때를 제대로 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때가 다 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바로 그 부분이 따끔거리며 온몸을 불편하게 합니다.


   때가 남아 있는 부분은 몸 전체의 수백분의 일도 안 됩니다. 아니, 수천 분의 일도 안 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작은 부분이 몸 전체를 온통 불편하게 만들 듯이, 마찬가지로, 우리 가슴에 새겨진 상처나 아픔은 인생에 있어서 수백분의 일도 안 됩니다. 그런데 그 작은 부분이 우리 인생 전체를 아주 피곤하게 만듭니다.


   죄도 마찬가집니다. 우리가 지은 죄는 우리를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힙니다. 올바르게 참회하면 죄가 오히려 복이 되어 그 인생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데, 회개를 하지 않으면 죄가 나뿐만 아니라 내 자녀, 내 후손에게도 따라다니며 괴롭힙니다.


   그런 의미에서 "잘못이 늘 제 앞에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은혜를 나누겠습니다. 시편 51의 5절 말씀인데 그 배경은 이렇습니다.


   때는 기원전 991년경입니다. 다윗이 통일 왕국을 강화하고 정복 사업을 거의 마치게 되자 나라에는 태평성대가 찾아오게 되며, 다윗 개인적으로도 한가한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긴장을 푸는 이 한가한 시간이 아주 위험한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때 사탄이 그 틈새를 노리고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어느 날 옥상을 거닐다가 목욕하는 한 여인을 보았는데 참으로 아름다운 여자였습니다. 우리야라는 부하의 아내 밧 세바였습니다. 다윗은 신하를 시켜 밧 세바를 불러다가 정을 통했는데 얼마가 지나자 밧 세바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때 다윗은 자기 죄를 감추기 위해 전장에 나가있는 밧 세바의 남편 우리야를 부릅니다.


   다윗은 우리야에게 술을 잔뜩 먹여 집에 가서 마누라와 함께 자라고 시켰는데 이 친구가 집에 가서 잠을 자지 않습니다. 이튿날에도 똑같이 술을 먹여 보냈으나 우리야가 집에 가지 않습니다. 다른 전우들은 전장에서 고생하는데 자기만 마누라하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다윗은 결국 자기 죄를 감출 수 없게 되자 우리야를 최전방에 보내어 살해를 합니다.


   그런데 그 죄가 다윗을 늘 따라다니며 괴롭힙니다. 이런 일이 있었죠?


   조선왕조에서, 세조가 어린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나자 꿈에 단종 어머니 혼백이 계속 나타나서 세조를 괴롭힙니다.  "내 아들 죽인 놈, 나도 네 아들을 죽이겠다." 라고 겁을 주는데, 세조는 밤마다 두려웠으며, 나중엔 정말 세조의 아들 의경 세자가 단종 어머니의 혼백에 시달리다가 죽습니다.


   세조는 그래서 단종 어머니의 무덤을 파헤치는 패륜을 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조 역시 꿈에 단종 어머니가 뱉은 침을 맞고 피부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세조가 걸린 피부병이 문둥병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죄를 짓고는 제정신으로 못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윗의 경우가 이렇습니다. 죽은 우리야의 혼백이 밤마다 나타

나서 "내 마누라 뺏은 놈, 이 천벌받을 놈." 이라고 하면서 괴롭히는 것입니다. "너는 온전하게 살 줄 아느냐?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원수를 갚겠다. 아니, 네 아들부터 죽이겠다." 라며 날마다 겁을 줍니다. 그러니까 다윗이 밤마다 미칠 지경입니다. 결국 밧 세바가 낳은 첫아들은 죽습니다.


   이 시는 바로 그와 같은 엄청난 죄, 하느님을 떠났을 때 잠시도 편안할 수 없는 자신의 죄를 크게 뉘우치고 참회하는 내용입니다. "저의 잘못이 늘 제 앞에 있습니다." 내가 지은 죄는 정말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힙니다. 삶의 곳곳에서 죄의 상처와 흔적을 남겨 놓습니다.


   아니, 죄는 나만 따라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내 자식, 내 손자들에게도 계속 따라다니면서 괴롭힙니다. 그래서 신앙인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자기 죄를 알아 뉘우치고 회개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이것이 해결 안 되면 삶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닙니다.


   어떤 형제가 있는데 무역 회사에 다니면서 제법 잘 나가던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자신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기운에 의해 결코 원하지 않는 길로 계속 끌려가게 됩니다.


   술도, 마시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마시다 보면 소주를 하루에 여섯 병, 일곱 병씩 마셨으며, 30대 중반부터는 아예 알코올 의존자가 됩니다.


   고모가 무당이었는데, 조카인 자기에게도 무당의 신이 내렸다 하여 억지

로 내림굿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당만은 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거절하자, 내림굿을 받은 상태에서 거절하면 결국 죽는다고 고모가 협박까지 했지만 끝까지 듣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무당 촌이 있는 산을 여러 군데 따라다니면서 이상한 체험들을 많이 합니다. 한마디로 마귀들의 장난에 의해 헛것을 보게 되고, 또 헛것이 자주 들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기절하여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하는데, 무당들은 이와 같은 경험들을 모두 겪는답니다.


   어느 땐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러나 그때마다 마귀가 용케 알고, "죽어서 끝이 아니다." "죽는다고 끝이 아니다." 라는 협박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죽었던 많은 분들이 나타나서 이상한 말을 하고 이상한 것을 보여 주는데, 그 친구 안에는 자기 말고 다른 누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술도 그 친구가 마시는 것이 아니고 그 친구 안에 있는 누군가가 마시는 것이며, 석 달에 열흘 정도는, 누군가가 자기를 반은 죽이다시피 괴롭힙니다. "죽여라. 죽여!"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목을 조여 오거나 또는 목을 뒤로 꺾기도 하며, "묶어라, 묶어!" 하면서 입과 코와 눈을 누군가가 가는 철사로 묶고 꿰는데 그 고통이 참 심했습니다.


   고모가 계속 굿을 해야 한다고 여러 번 종용했지만 끝가지 굿은 안했으며, 그때마다 고모가 자기에게 저주를 내렸는데, 이 친구는 무당만은 되지 않기 위해 끝가지 버텼습니다.


   나중에 그 고모가 결국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고모의 자녀들이 그 시체를 발견했을 때는 구더기가 잔뜩 슬어서 시체를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었답니다. 그러나 고모가 죽었다고 마귀의 장난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더 악랄한 방법으로 괴롭힙니다.


   하루는 마귀의 장난을 견디지 못해서 명동성당에 있는 성모상을 찾아 갔는데, 성모상 앞에 서 있으니까 이상하게 목이 조이거나 꺽기는 고통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머리 전체를 철사로 꿰매는 듯한 아픔도 없어집니다. 이때, 그 친구에게 이젠 술을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술을 끊겠다는 생각은 수백 번도 더 했지만 다 허사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왠지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 길로 집에 가서 목욕을 한 뒤에 일체 술을 끊습니다. 그리고 예비신자 교리 반에 들어가 6개월 동안 교리를 받은 뒤에 세례를 받았는데, 오랫동안 술을 끊었어도, 머릿속에는 술기운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그에게 고통을 줍니다.


   촛불을 켜 놓고 묵주기도를 바치면 "예수는 가짜다."  "성모는 진짜 가짜다." 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다시 목을 조였다가 뒤로 꺾기도 하고 온몸을 치고 때리기도 하는데, 세례를 받았어도 마귀 장난이 끝이 없는 것입니다.


   한번은 성령 운동을 하는 신부님한테 안수를 받을 때 정수리에서 찬물이


한 방울 똑 떨어지는 것을 느꼈답니다. 아주 찬 기운을 소름이 끼치도록 느꼈는데, 그때 신부님이, 이젠 살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 뒤부터 성체조배나 기도를 할 때면 철사 줄로 얽혀 있던 얼굴에서 이젠 거꾸로 가닥이 하나씩 풀려 나가는데 철사가 얼굴에서 빠져나가는 고통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기가 곤란한데, 철사가 입에서부터 코를 뚫고 눈을 지나 머리로 빠져나갈 때, 철사가 살 속을 파고들어 빠져나가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다른 한편 그 철사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잡는 다른 힘도 있어서 이중으로 이 형제가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가위로 얼굴을 절단하는데, 이런 끔찍한 일을 자기만 바라보는 것입니다. 얼굴이 사방으로 잘려 나가는 모습이 보이지만 옆에 있는 부인은 그 사실을 전혀 모릅니다. 한번은 부인에게 지금 성령께서 내 얼굴을 수술하신다고 말하자 부인이 이상한 소리한다며 비웃었는데, 종이컵에 직접 피를 받아 보여 주자 부인이 깜짝 놀라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머리에서 비디오테이프가 돌아가듯이 악령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기도 하며, 또 그 반대로 악령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강하게 붙들고 있는 다른 힘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때 그는 조상들이 자기에게 물려준 죄가 얼마나 크고 심각한지를 직접 깨닫게 됩니다.


   전에 마귀들이 덤비면서 "묶어, 묶어!"  "죽여, 죽여!" 하며 사방에서 압박했던 것들이, 이제는 기도할 때마다 성령께서 그 끄나풀을 하나씩 풀고 그리고 잘못된 것을 절단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때, 이 형제는 조상들이 죄를 용서해 달라고 연도도 바치고 미사도 봉헌합니다.


   그래서 그 형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금도 성체조배나 묵주기도를 할

때는 남아 있는 미세한 악의 세력들이 벗겨지고 풀려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 형제가 친가와 외가 쪽의 가계를 위로 4대까지 조사해 보니 양가에 모두 알코올 의존자가 있었고, 무당이나 무당에 심취한 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술 마귀, 무당 마귀들이 이 형제 안에 가득 있으면서 오랫동안 형제를 괴롭혔던 것입니다.


   지금은 건강이 99퍼센트 회복되었으며 술 끊은 지도 여러 해가 되었고 참된 신앙으로 교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악령과의 싸움을 통해서 자기 몸 안에 흐르는 조상의 저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깊이 깨닫게 됩니다.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자기 의지대로 살지 못합니다. 바오로 사도도 로마서 7장에서 고백했듯이, 마음으로는 선을 행하고 싶지만 육체는 악을 저지르게 됩니다. 왜 이런 모순되고 비참한 결과가 생기느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죄의 결과 때문입니다. 우리는 싫든 좋든 조상들이 물려준 선악의 지시에 따라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경에도 보면 사람이 하느님께 잘했을 때 그 축복을 몇 대에 걸쳐 주시기도 하지만, 잘못했을 때는 그 벌과 저주를 또 몇 대에 걸쳐 내리시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조상 덕분에 복 받는 후손도 있고 조상 때문에 벌 받는 후손도 있는 것입니다.

 

              ♣ 은총 피정 中에서 / 소록도 성당 강길웅 요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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