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신부(예수살이 공동체 `산 위의 마을`)
◆2007년 7월 6일은 한국교회에 특별한 날이었다. 한국 최초로 청각장애인을 사제로 서품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날 필자는 서품식장에 모인 청각장애인들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기에 창미사와 기도를 수화로 봉헌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아, 여태까지 들어본 적 없는 웅장한 합창이었다.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였고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기도였다.
자신들의 사제를 가졌다는 기쁨과 자부심에 대한 감사와 찬양이었으리라. 필자 역시 장애인 사제 서품을 결정한 교회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울먹이는 마음으로 고백했다. 새 사제로 인해 이 땅의 청각장애인들에게 주님의 은사가 풍요롭게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축원한다.
모든 존재에겐 언어가 있다. 자신들의 언어가 엄연히 있기에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기도하고 찬양하는데 ‘말 못하는 이, 듣지 못하는 이, 보지 못하는 이’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영적 세계를 추구하는 신앙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진실한 것을 보기 위해 눈을 감고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침묵하지 않는가?
진짜 장애인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 웃음도 눈물도 없는 사람,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부부나 정치인들일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당신께 찾아온 병자들을 모두 긍휼히 여기시고 배려하고 사랑하시며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얹으시어 치유해 주셨다. 그리스도께서 사람을 하느님의 사랑받는 인격체로 소중히 여기시는데 왜 우리는 장애인들을 뭉뚱그려 보며 차별할까?
주님의 치유를 원하는 이는 모두 주님 앞에 나와 함께 찬양드릴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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