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삶의 자리] 무엇을 해드릴까요?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09 조회수616 추천수7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내일이 귀여운 울 엄마의 90세 되시는 음력 생신날( 9월9일. 한국시간으로는 오늘)이다.

막내 안드레아는 어려서 미국으로 왔기 때문에 그저 막연히 60, 70.80.90세가 되면 특별히 생일 잔치를 해야하는 것으로 알고만 있다.

그런 것이라고 이렇게 일러주었다.

 

90세-졸수(卒壽):졸(卒)의 속자(俗字)가 아홉 구(九)자 밑
       에 열 십(十)자로 사용하는 데서 유래하였고,

    -동리(凍梨)
:언[凍]배[梨]의 뜻. 90세가 되면 얼굴에
       반점이 생겨 언 배 껍질 같다는 말이라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얼마전에 우리 집에 왔다가신 큰 언니를 제외하고는 어떤 자식하나 엄마의 생신날을 기억하는 이가 없다.

큰언니 집은 딴 주에 살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야하고 또 형부가 편찮으셔서 다시 올 수는 없는 처지이다.

그러나 다른 형제들에게 내가 먼저 연락을 하고 싶지는 않다.

 

성당의 안나회, 요셉회 노인 분들을 모시고 맛난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잔치를 해 드리고 싶다.

팔순잔치 때처럼 그렇게 노래 자랑도 열어드리고 푸짐한 상품도 나누어 드리고 싶다..

우리 엄마의 생신날이기도 하지만 미국에 사시는 노인분들도 역시 심심하실테니 덕분에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진다.

 

안드레아는 자기가 경비를 다 대줄테니 큰 이모님이라도 오실 수 있으면 할머니 생일잔치를 멋지게 해 드리자고 한다.

안드레아랑 한참 전부터 계획을 세우면서 한편으론 걱정도 하면서 난 또 기다려본다.

 

참으로 기가 막힌다.

울 귀여운 엄마가 치매로 인해 성당의  노인분들을 모시어 함께하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고, 잘 잡숫지도 못하니까 맛난 것을 차려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을 누군가가 서스름없이 말을한다..

19세에 결혼을 하셔서 온 힘과 정성을 드려서 자식은 물론이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시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우리 귀여운 엄마의 생신날인데 말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체면도 부끄러움도 가릴 것 없이 안드레아랑 내가 마음 먹은데로 멋진 잔치를 해드리고 싶지만 달랑 우리 둘만이 엄마곁에 있으면 아무리 치매에 걸리셨다하더라도 우리 귀여운 엄마의 처지가  너무 불쌍해보여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자식을 낳아 돌잔치를 할 때 아기가 뭘 안다고 친지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하고 아기가 뭘 먹을 줄 안다고 많은 음식을 차리는 것일까?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있을 때 상다리가 부러져라 맛난 것을 차린들 그 사람이 그 음식들을 다 먹을 수가 있는 것일까?

 

생명의 탄생에 축복을 해 주는의미이고, 삶에 용기를 주는 의미일테고 ,  힘든 과정들을 열심히 살아가신 것에 보답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단지 내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자식들이 나타나지 않음으로 아무리 치매걸리셔서 아무것도 모르신다 할지언정 아무런 내막도 모르시는 손님들로부터 쏟아지는 눈초리에 우리 엄마가 초라해지시는 것이다.

 

내일은 간단히 국을 끓이고 엄마가 좋아하시는 잡채를 만들고 잘 못잡수시겠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강원도 산나물과 생선요리를 몇가지  만들어 안드레아랑 조카문기랑 조촐하게 보내기로 하고 양력 생신날이 닷새 후인 14일 날이니까 소용없는 짓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형제들이 나타나주기를 조용히 기다려봐야겠다. 

 

나는 알고 있다.

엄마한테는 맛난 음식보다 그 어느 물질적인 선물보다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맛난 음식도 좋은 선물도 진정한 사랑도 다 드리고 싶어진다.

엄마를 위해서라면 내가 먼저 형제들에게 전화라도 걸어 귀여운 엄마의 생신날이라고 알려줘야 하겠지만 양로원으로 보내 버린 후 우리 집에 모셔진 엄마를 다시는 찾아보지 않는 언니 오빠들의 본심이 의심스러워 그래주기는 싫어진다..

 

이 다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엄마가 하느님 곁으로 가신 다음에 나의 심정은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게 되려는지 이것 또한 걱정스럽기도 하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제게 지혜의 은총을 주시어

올바른 처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어머니..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울적한 기분에 하소연 좀 했습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신명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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