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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상이라는 이름의 거룩함 / 최시영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09 조회수783 추천수14 반대(0) 신고
 
  예수님은 우리들 일상의 평범한 삶을 통해 하늘나라의 신비를 보여주신다. 그 어느 것 하나 일상을 벗어나거나 비범한 것은 이야기하시지 않는다.
 
씨 뿌리는 사람과 밀밭에서 풀매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는 모습, 밀가루 반죽에 누룩이 들어가고 빵이 만들어지는 모습, 밭을 갈던 사람이 그 밭을 사게 되는 이야기, 값진 진주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는 상인, 그물을 끌어올려 고기를 손질하는 광경 그리고 자기 곳간에 물건을 들이고 내는 주인의 모습 등을 이야기 하신다.
 
예수님은 이런 비유들을 통해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신다. 너무나 평범하기에 우리는 이 일상에 의미를 두지 않고, 그래서 그 안에 담긴 소중한 보물을 발견하지 못하지만, 예수님은 일상의 평범함 안에 숨겨진 비범함을 환히 보고 계신다.
 
당신 눈과 당신 마음으로 바라보고 만나는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역동성을 읽어내고 발견하셨다. 

  예수님의 하늘나라에 관한 비유들을 읽으면 ‘이 분은 참으로 우리 인간의 일상을 이렇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시고, 깊게 살아가신 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인간적으로 더 인간답게 살아가신 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그냥 허투루 주마간산 격으로 바라보시며 당신 일만 하고 바쁘게 당신 나라로 돌아가신 분이 아니었다.
 
예수님은 진정으로 우리를 사랑하신 분이셨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의 이런 평범한 삶을 이토록 깊게 보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에 대한 당신의 관심과 애정이 이렇게 깊으셨기에 하찮게 여겨지는 우리의 일상마저도 그분에게는 그냥 사소한 것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인간과 그 일상을 우리보다 더 깊게 알고 보실 수 있었기에 우리보다 더 철저하게 인간적으로 사셨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 인간의 평범한 일상을 사시면서도 그 삶을 거룩하게 사셨다.
 
당신이 몸소 살아가신 그 평범한 일상의 삶으로 우리의 일상을 거룩하게 해 주셨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우리 방식이 아닌 당신 눈으로 재해석된 삶으로 우리에게 돌려 주셨다. 즉 거룩하게 하셔서 돌려 주셨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복음에 나오는 농부나 어부 혹은 상인처럼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건 혹은 직업을 갖지 못하건, 평화나 기쁨 그리고 행복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 일상 안에는 단조로움과 고단함, 그리고 걱정거리도 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 일상 안에서 이런 것들과 함께 살아가셨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분을 ‘그리스도 예수’라는 영광의 이름보다는, 우리처럼 단조로움, 고단함 그리고 걱정을 안고 일상을 살았던 사람 즉 ‘나사렛 사람 예수’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를 더 원했다.
 
그런데 고마운 것은 그분이 우리의 일상을 살아가시면서 이러한 삶의 애환 -단조로움, 고단함, 걱정 등- 들을 없애주신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오히려 거룩한 삶으로 보여주셨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분께서 우리를 대하는 방식이다. 일상의 이런 애환들이 우리 인간 삶에 있어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부분들이기에 이것들을 존중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들을 없애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중하시며 그 안에서 거룩함을 보여주신다.
 
우리를 향한 그분의 깊은 존중과 배려를 느낀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의 삶이 단조롭고, 고단하고, 또는 걱정스럽더라도 만약 우리가 예수님을 우리의 일상 안으로 초대하고, 우리의 일상을 그분께 온전히 내어드릴 수만 있다면, 그분은 틀림없이 우리가 이 가운데에 숨겨진 하늘나라의 보화를 보게 하고, 차지하게 하여 주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그분을 우리의 일상 안으로 초대하고 우리 일상을 우리 방식으로 보지 않고, 예수님 마음으로 볼 수 있기를 청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방식을 내려놓아야함을 의미 한다. 그리고 그분처럼 우리의 일상을 조용한 침묵 속에서 관상해야 한다. 우리 방식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내려놓고 그분 방식으로 바라봄은(관상함) 곧 그분의 멍에를 메고 그분에게서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수고하고 짐을 진 여러분은 모두 내게로 오십시오. 그러면 내가 여러분을 쉬게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서 배우시오. …”라는 예수님 말씀이 새롭게 다가온다.(마태 11, 28-30 참조)
 
예수님은 이렇게 수고하고 짐 진 이들을 더 사랑하셨다. 당신도 실제로 이런 우리 일상 삶의 멍에를 메고 수고하시고 짐을 지셨으며, 그래서 누구보다도 그들의 마음을 잘 아시고 그들을 가깝게 느끼셨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나사렛 시골 사람’으로 30년을 사신 주님이 한층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는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곳에 - 우리 일상의 평범하고, 하찮게 느껴지고, 사소한 것 같은 일상 안에,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기쁨, 슬픔, 고통 속에 있다고 말씀하신다. 이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큰 기적이 아닐까?
 

  나의 일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그곳에 계시는 ‘나사렛 사람 예수’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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