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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인이 되는 길" - 2007.9.9.연중 제23주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09 조회수510 추천수10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9.9.연중 제23주일                                      
지혜913-18 필레9ㄴ-10.12-17 루카14,25-33

                                                            
 
 
 
 
"성인이 되는 길"
 


아무리 믿음이 좋다 해도
때로 소리 없이 스며드는 허무감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여기 하느님의 집이라는 수도원에 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월요일 이었다하면 금방 토요일에 주일이니,
마치 세월의 흐름이 휙휙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처럼 느껴집니다.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년, 근력이 좋아야 팔십년,
  그나마 거의가 고생과 슬픔에 젖은 것,
  날아가듯 덧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중년 넘어서면 누구나 공감하는 시편구절입니다.
 
오늘 지혜서의 말씀도
우리의 어둡고 무거운 육체적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죽어야 할 인간의 생각은 보잘 것 없고,
  저희의 속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썩어 없어질 육신이 영혼을 무겁게 하고,
  흙으로 된 이 천막이 시름겨운 정신을 짓누릅니다.”

과연 이 비관적이고 허무주의적 인생관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요?

며칠 전의 순간적 깨달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버려진 돌무더기 비탈을 가득 덮은 영롱한 별무리 보랏빛 달개비 꽃들이
별천지 세상처럼 느껴지며 저절로 쏟아진 말입니다.

‘아, 자리 탓할 것 없겠다.
  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구나.
  성인(聖人)이 머물면 그 어디나 거룩한 땅 성지(聖地)가 되겠구나.’

보랏빛 영롱한 달개비 꽃들이
별 볼일 없는 돌 비탈을 별천지 황홀한 분위기로 바꿨듯이
거룩한 사람 하나만 있어도
회색빛 어두운 분위기를 빛나는 평화의 분위기로 바꿀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성인입니다.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들
본래의 ‘참 나’인 성인이 되라고 불림 받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 삶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사실 우리 마음 깊이에는 누구나 성인되고 싶은 갈망이 숨겨져 있습니다.

유별난 성인이 아니라 제자리 삶에 충실한 평범한 성인입니다.
이런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성인이,
넓이와 더불어 깊이를 지닌 성인 있어
풍요롭고도 빛나는 분위기에 공동체입니다.
 
고맙게도 오늘 복음을 통해서 주님은 우리에게 성인되는 길을 가르쳐주십니다.

성인이 되는 길,
바로 제자의 길로 참 행복의 길도, 참 자유의 길도 이 길 하나뿐입니다.


첫째 그리스도 예수님께 대한 사랑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주님의 단호한 말씀입니다.

말씀 그대로 주변의 친지들을 모두 미워하라는 말씀이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님보다 이들을 더 사랑해선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1독서 말씀에서 보다시피
그리스도 예수님 때문에 수인까지 된 바오로,
주님께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 인지 짐작이 갑니다.

내 사랑의 중심에는 그 누구도 아닌
빛나는 태양 그리스도 예수님을 모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그리스도 예수님께 대한 사랑을 윗자리에 둘 때
비로소 이웃 친지들에 대한 이기적 집착의 맹목적 사랑에서 벗어나,
분별 있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언제나 그 중심에 빛나는 태양 그리스도 예수님 모실 때
비로소 안정과 평화, 기쁨 넘치는 삶입니다.
 
빛나는 태양 떠오르면서 저절로 사라지는 밤의 어둠이요 안개이듯,
그리스도 예수님 우리 삶의 중심에서 환히 빛날 때
저절로 걷히는 무지와 탐욕의 어둠이요 허무주의와 환상의 안개입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도 그대로 맥을 같이합니다.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낫게 여기지 말 것이니,
  그분은 우리를 다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실 것이다.”
 
성덕의 잣대는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이라 합니다.
열렬히 주님을 사랑할 때 주님을 닮아 성인이 됩니다.
 
내 사랑의 중심에는, 내 공동체의 중심에는
늘 빛나는 태양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자리 잡고 계셔야 합니다.


둘째, 제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주님의 두 번째 가르침입니다.

주님을 열렬히 사랑할 때 뚜렷이 부각되는 본질적 사실이 내 십자가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 삶의 길은 십자가의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지고 살아가야 하는 제 고유의 십자가입니다.

살아갈수록 무거워지는 삶의 무게 역시 내 십자가입니다.
이웃이나 가족 친지들에 대한 나의 책임,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불편한 관계,
내 과거의 상처와 아픔,
내 약점과 한계,
내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주어진 불우한 환경에 고통, 질병들,
모두가 내 지고 가야할 십자가입니다.
 
내려놓고도 갈 수 없고 누가 대신 짊어질 수도 없는
내 고유의 운명 같기도 한 내 십자가입니다.

이 십자가를 지고 갈 때 비로소 인간입니다.

내 운명의 십자가를 사랑해야 합니다.
 
앞서가시는 십자가의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이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갈 수 있게 합니다.
 
내 운명의 십자가를 사랑하게 합니다.
 
십자가가 무겁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갈 수 있는 힘을, 사랑을, 믿음을 달라고 기도해야합니다.

십자가의 길, 바로 정화와 성화, 치유의 길이자 성인이 되는 길입니다.
십자가의 길을 떠나선 구원도 없습니다.


셋째, 이탈과 초연, 무욕의 삶입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옛 제자들 주님의 이 말씀 그대로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나섰습니다.
 
바로 이 또한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핵심을 잡아내야 합니다.
재물을 지니고 있어도 없는 듯이 겸손하게 사는 청빈의 정신이 중요합니다.
 
재물의 노예 되어 인색하게 사는 게 아니라
재물의 주인 되어 너그럽게 베풀며 자유롭게 사는 것입니다.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이 있을 때
저절로 따라오는 이탈과 초연, 무욕의 삶입니다.
 
최고의 보물 주님과 함께의 삶인데 무엇이 부럽겠습니까?

꼭 소유를 버려서가 아니라
재물을 지니고 살아도 집착이 없으니 참으로 자유롭습니다.
 
재물의 소유주가 아니라
하느님의 관리자로 알아 지혜롭게 재물을 사용하니
실상 재물을 버린 거나 다름없습니다.
 
부수적인 것들은 모두 떨쳐버린 참 단순 투명한 본질적 삶입니다.
 
모든 탐욕을 버렸으나 모두인 하느님을 지닌 참 부자들이
이탈과 초연, 무욕의 삶을 사는 이들입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 의식주 문제만 해결된다면
주님을 따르는 일에 전념해야 되겠습니다.

성인이 되는 길, 아주 분명히 밝혀졌습니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날마다
주님을 열렬히 사랑하며
제 십자가를 지고
안팎으로 부단히 버리며 사는 삶입니다.
 
바로 제자의 길이자,
십자가의 길,
자유의 길,
행복의 길,
구원의 길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들이 평범한 성인들이자 지혜로운 이들입니다.
 
1독서 지혜서의 말씀처럼,
이런 이들에게 하느님은 당신의 지혜를 주시고
높은 곳에서 거룩한 영을 보내시어 당신의 뜻을 깨닫게 하십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우리 모두가 당신을 열렬히 사랑하며
제 십자가를 지고
무욕의 마음으로
당신을 잘 따를 수 있도록 풍성한 은총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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