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참 한심하다는 말 듣기 전에 ♡
작성자이부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10 조회수707 추천수4 반대(0) 신고

                ♡ 참 한심하다는 말 듣기 전에 ♡  
    
     
    이제는 자연·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갈 때
    
    황매산 자락,  작은 산골 마을에는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으로 들어온 젊은이들이 많다. 이런저런 깊은 인연으로 
    나는 그들과 함께 농사일을 하거나 모임을 갖는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대부분 부모를 속이고 
    농촌으로 들어와 농사를 짓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온 서른두 살 상현이는 
    어머니께 어디 사는지조차 말하지 않고 3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그만두고 온 스물아홉 살 미라는 
    부모님께 학생들 읽을 책을 만든다고 거짓말로 둘러대며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법대 졸업하고 이름난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온 동무 소숙이와 함께 즐겁게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
    
    미라는 시멘트 건물 안에 갇혀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친다는 게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여겼다. 
    사람이 사람답게 자라도록 돕는 일이 교육인데, 
    그걸 잘 아는 교사가 자연을 떠난 도시에서 
    아이들한테 지식만을 심어주고 있으니 어찌 부끄럽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한평생 농사지으며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며 
    ‘철밥통’인 교사를 그만둔 것이다. 
    젊은이다운 ‘아름다운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가까운 마을에는 한평생 수염과 머리를 깎지 않고 사는 
    정상평씨도 있다. 그이의 아들 여섯살 구륜이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머리를 깎지 않았다. 
    
    구륜이 어머니인 최영란씨는 
    시집오기 전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다녔다. 
    그런데 땅도 없고 집도 없는 
    가난한 농촌 총각한테 시집가는 것이 꿈이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깊은 인연으로 내가 중신아비가 되어 
    가난한 농부인 정상평씨를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아들 구륜이는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초등학교에도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 먹을거리 하나 제 손으로 해 먹지 못하는 사람한테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연보다 더 큰 스승이 없다고 입으로 떠벌리면서는, 
    자연 가운데서도 제 목숨을 살려주는 곡식 하나 심고 
    가꾸어 먹지 않는 사람이 어찌 스승 노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상평씨는 농사짓고 살아가는 가까운 이웃 가운데 
    더 좋은 스승이 많다는 걸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교사를 ‘우상’처럼 떠받들게 하는 학교가 싫은 것이다.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지도 않다. 똑똑한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이 지경까지 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똑똑한 아이보다 한평생 농사지으며 
    자연과 사람을 섬기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다.
    
    우리도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돈 받고 대접받으며 살아가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일부 교사에게 아이들을 맡겨도 되는가? 
    
    부모나 좋은 이웃들은 돈 안 받고 가르치지 않는가? 
    나누고 섬기는 삶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에 따라 
    아이를 억지로 집어넣어 기계로 만드는 공장같은 학교, 
    이 학교를 어찌 할 것인가? 
    
    우리는 함께 더불어 살면서 부모나 이웃, 
    동무로부터 그냥 살면서 배우고 가르치며 사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생명의 어머니인 흙을 등한시 하는데 
    얼마나 영혼이 메말라 있겠는가. 
    
    아이를 만나는 것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고, 
    자연을 만나는 것도 하느님을 만나는 것인데….
    
    날마다 먹는 밥이 논에서 나오는 것인데 
    논에 들어가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날마다 먹는 김치가 밭에서 나오는 것인데 
    괭이질 한 번 못 하고 사는 이 나라의 지도층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심어주겠는가? 
    이렇게 영혼이 메마른 사람들이….
    
    겸손하게 살고, 낮은 자리를 차지하라고, 
    사람은 똥구멍에서 태어났다. 
    얼마나 낮은 자리를 차지하고 살라고 
    냄새나는 똥구멍에서 태어났겠는가. 
    
    예수님이 어디 이름난 호텔이나 
    모텔 따위에서 태어나기라도 했단 말이더냐. 
    바보가 아니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잘 알고 있으면서 아무도,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다. 
    실천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라 
    모두 ‘남의 몫’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까닭은 아이들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휘황찬란한 도시에 빠져, 돈에 빠져, 
    편리함에 빠져, 아이들을 죽이고, 자연을 죽이고 있지는 않는가? 
    
    ‘참 한심하다’는 말을 듣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돌아갈 때가 되었을 때 돌아가는 것이 ‘진보’ 다.” 
    모든 생명을 살리는 흙(농촌, 자연)으로, 낮은 곳으로, 
    하느님 품으로, 우리 함께 돌아가야 한다. 제발 망설이지 마라
    
    -「서정홍 (시인·마산교구 정평위 위원)」방주의 창 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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