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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절한 기도가 왜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나영훈 안토니오 신부님 )
작성자오상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12 조회수785 추천수10 반대(0) 신고
9월 11일(연중 제23주간 화요일) : 간절한 기도가 왜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습니다.

그런데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면 밟은 만큼 힘있게 나가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자전거 바퀴의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방에 들러 공기주입기로 바람을 넣었습니다.

예전처럼 신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 영혼의 타이어에도 바람이 빠져있을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생기가 없어지도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우울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면 성당에 앉아 기도를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 힘들어만 집니다.

우리가 하는 간절한 기도가 왜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저도 예전에 밤새도록 기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20살이 갓 넘었을 때 인 것 같습니다.

당시 저의 본당 수녀님께서 저에게 새벽미사 독서를 시키셨습니다.

새벽미사에는 대부분 연세가 많이 드신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독서할 만한 사람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날 얼떨결에 독서를 하게 되었고, 

다음 새벽미사 때도 독서를 하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서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순간부터 저는 그 생각만 하면 두려웠고 무서웠습니다.


마지막 전날 저녁이 되었을 때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하느님, 제가 독서를 할 때 틀리지 않고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거의 밤을 새다시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새벽미사 때 독서대에 올랐을 때 저는 거의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입이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힘겹게 독서를 끝내고 내려왔을 때 저는 수치심과 부끄러움으로 참을 수가 없었고, 

미사에 오히려 방해가 된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그 이후로 수녀님께서는 제게 독서를 시키지 않았습니다.


기도를 밤새도록 했는데,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내 뜻이 이루어지기 바라는 기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받아들이려 하는 기도,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가 아니라

내가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기도를 바쳤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살아가면서 저는 삶의 원리를 하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죽을 각오로 말하자. 

때로 바보, 병신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말을 잘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 보자. 

라는 기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러자 그 이후로 입이 열리고, 말하는 것이 덜 부담스럽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밤새도록 기도하십니다.

기도의 내용은 바로 그 다음 날에 있을 제자 선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마음에 드시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분을 뽑기 위해서 밤새도록 하느님 아버지께 청했던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사람들을 뽑을 수 있도록 

밤새도록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 결과 하느님의 뜻을 알아들은 예수님은 

세상의 기준에서 볼 때 보잘 것 없는 12사도를 당신의 제자로 뽑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하는 많은 기도들이 내 뜻으로만 가득 차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님의 기도를 우리의 기도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밤새도록 물은 예수님처럼 우리도 끊임없이

우리 삶의 수많은 선택 상황에서 하느님의 뜻을 묻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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