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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총피정<16> 참된 보화 (2) - 강길웅 요한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12 조회수931 추천수10 반대(0) 신고

                   


                                                참된 보화 (2)


   보화가 들어 있는 둘째 보물단지는, 우리가 하루에도 열두 번씩 긋는 십자성호입니다. 사람들은 십자성호를 우습게 생각하여, 외인들과 함께 있을 때는 십자성호를 아예 긋지 않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럴수록 천주교 신앙을 더 확실하게 고백하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려야 합니다. 십자성호와 그리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는 성호경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한 것입니다.


   30 년 전입니다. 제가 강원도 도계읍에 있는 대한석탄공사 도계 광업소 점리항에서 광부로 일곱 달 동안 일했는데, 광부 생활을 흔히 '인생 막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말은 대단히 거칠어서 듣기 거북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갱 속에 들어간 얼마 후의 일입니다.


   그들이 상스러운 말과 음담패설을 하다가도 저만 보면 서로 옆구리를 찌르면서 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제가 볼 때는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한 번도 "나쁜 말을 하지 맙시다. 좋은 말을 씁시다."라는 식으로 충고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저는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이 저를 두려워했는가? 제가 밥 먹을 때 꼭 십자성호 긋는 것을 그들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듣지 못해도 제 입으로 부르는 하느님의 이름은, 그들에게 두려움을 주었으며 그리고 제가 긋는 십자성호는 그들이 하는 말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십자성호는 저만 지켜 주는 것이 아니라 제 이웃도 지켜 줍니다. 그런데 천주교 신자들이 남 보기에 창피하다고 식당이나 직장에서 십자성호를 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여러분이 십자성호를 무시하면 세상도 여러분을 무시합니다.


   제가 섬 마을에서 선생을 할 때의 일입니다. 작은 분교에서 혼자 근무했는데, 언젠가 식사할 때 제가 긋는 십자성호를 보고는 아이들이 흉내를 내며 부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너희들 기도하고 싶으냐?" 하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모두 "예!" 하면서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가르쳐 줬더니 날마다 열심히 했습니다.


   새벽 여섯 시만 되면 아이들이 아침기도를 하러 학교에 왔으며, 저녁 여덟시가 되면 저녁기도를 하러 학교에 왔습니다. 그때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화장실이 아니라 뒷간이라고 했습니다. 헛간에 연장들도 있고 지게나 삼태기도 있으며 그리고 잿더미 옆에 발판 두 개를 놓고 뒤를 보았는데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어른도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밤에 뒷간 출입을 무섭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본 부모들이 너무 신통해서, "아무개야! 너 무섭지 않으냐?" 하고 물으면 아이들이 대답하기를 "제가 '성부와'만 놓으면 마귀들이 다 도망가요." 하며 자랑하는 것입니다. 이에 부모들이 더 놀라서 "성부와가 뭐냐?" 하고 물으니까 아이들이 신이 나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고 손으로 이마와 가슴에 십자표를 하면서 부모에게 가르쳐 줍니다.


   그 시절에는, 밤마다 귀신들이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몽당귀신, 달걀귀신 등등 귀신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십자성호로 귀신을 이기는 것입니다.


   철없는 아이들이 십자성호 하나로 두렵지 않은 세상을 사는데 우리도 마찬가집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무슨 기도를 하겠습니까? 급하고 두려울 때어떻게 기도하겠습니까? 그럴 때 십자성호만 그어도 우리에게 큰 힘과 위로가 주어집니다. 세상에 하느님의 이름보다, 그리고 십자가보다 더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은 없습니다.


   지금은 그 제자들이 다 커서 서울, 인천, 분당, 수원 등지에 살면서 교리 교사도 하고 성가대도 하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신앙을 갖게 되었느냐? 선생님이 십자성호 긋는 것을 보고 그렇게 된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띠를 두르고 터미널이나 역에 가서 천주교에 나오라고 천주교를 믿으라고 외치지 않아도, 우리가 십자성호만 제대로 그어도 많은 예비신자들을 성당으로 인도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천주교 신앙을 가진 우리는 누가 보든 안 보든, 직장이나 각자 삶의 자리에서 십자성호를 올바르게 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아는 안나라는 자매의 얘깁니다. 이 자매는 마음씨가 착할 뿐만 아니라 겸손하고 진실하고 열심 합니다. 한번은 그 아파트에 병자 영성체를 갔다가 수녀님과 함께 우연히 들렀더니 그 집에는 제가 모르는 다른 자매 두 사람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자매도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제가 두 자매들에게, 어디 본당에 나가느냐, 세례명은 무엇이냐 하며 묻는데 이 자매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10년 전에 안나 자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서로 만나게 되었는데 사람이 진실하고 봉사적이며 하는 일이 너무 예쁘게 보였답니다. 착한 사람은 어디서나 그 표가 드러나게 됩니다.


   하루는 유치원에서 일하고 함께 밥을 먹는데, 밥 먹을 때 안나 자매가 십자성호를 긋더랍니다. 그래서 두 자매가 반가워서 "성당에 나가느냐?" 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자기들이 안나 자매에게 매달렸답니다. 우리 좀 데리고 함께  나가라고, 그래서 두 사람이 성당에 나가게 되었답니다.


   지금은 두 여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그쪽 본당에 나가는데, 그래도 가끔 안나 자매 집에 놀러 와서 함께 만난답니다.


   성당에 나오라고 안 해도, 십자성호만 봐도 사람들이 감동을 받으며, 또 그들 귀에 들리지는 않아도 우리가 부르는 하느님의 이름이 그들을 부르시고 축복해 주십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사람들이, 자기가 신자가 아닌 것처럼 숨긴다면 그것은 하느님과 교회를 모독하는 것입니다.


   십자성호에는 큰 보물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 있게, 그리고 지극한 정성으로 십자성호를 긋도록 합시다.

 

               ♣ 은총 피정 中에서 / 소록도 성당 강길웅 요한 신부 ♣

 

                     

 

                                생활성가 / 영원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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