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들켜버린 교만 . . . .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17 조회수1,199 추천수18 반대(0) 신고
 
 
 
 
 
 
 
 

   지난 토요일 양로원으로 병문안을 갔었습니다.

   여기선 NURSING HOME 이라고 부르는데

   노인환자들과 젊은 환자라도 병원은 아니지만

   간호원들이 보살피는 시설입니다.


   그동안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방문을 했었는데

   저는 이번에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한국분이 두 분이 계시는데 한 분은 부인과 가족들이

   늘 옆에 함께 계시는 분이라 방문을 가면

   편안하게 뵙고 올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또 한 분은 40대 젊은 분이었는데

   사고로 높은 사다리에서 추락하여 뇌에 손상이 깊어

   한 손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외모로 보아도 머리 부분이 1/3 정도가 함몰되어서...

   당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상상이 되었습니다.


   치아도 부러져서 거의 없고,

   목소리는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간신히

   대화가 가능한 분입니다.


   우리의 방문을 기다리고,

   언제 또 오겠냐고 묻고 자주 와서 기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습니다.


   기도를 함께 할 수 있고,  성가도 잘 따라 부르고,

   눈빛은 언제나 간절하여...

   방문을 마치고 돌아서기가 어렵다고들 했습니다.


   저도 처음 방문을 했을 때

   그분의 손상된 머리 부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힘들어 보이는데도 그분은 계속 얘기를 하였습니다.

   자주 와달라고 애원처럼 부탁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 대모님과 둘이서 방문을 갔습니다.

   방에 들어서니

   온 몸이 많이 아프다면서 표정이 많이 어두워보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그분은 크게 웃기도하고

   성가도 같이 부르면서 아픈 걸 잊은 듯이 보이기도...

   기도 후에 아멘을 할 때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였습니다.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제가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몰라요.  난 바보예요,  난 멍청이예요,  그래서 몰라요."

   그래서 제가 "아니.. 그렇지 않아요." 했더니,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난 바보 멍청이래요.

    나보고 나가 뒈지라고 했어요!  나쁜 X!"


   그렇게 엄마를‘나쁜 X’이라고 욕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어머님이 너무 속이 상하시니까 그냥 하신 말씀이라고 하니

   "아무리 그래도 지가 낳아 놓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울면서 계속 "지가 낳아 놓고 어떻게..."

   그리고 웃음반 울음반,  이런 저런 욕을 마구 마구 뱉었습니다.


   그동안 그는, 늘 부인과 딸이 조금 전에 왔다갔다고 말했습니다.

   아들만 안온다면서 아들은 "망할 놈이예요." 이라고 농담처럼

   말을 하길래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가족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간호원이 알려주었습니다.

   그날도 부인하고 딸이 금방 왔다 갔다고...

 

   우리는 그분이 감정이 격해지는 것이 겁도 나고

   그분이 머리가 아파지실까봐 그 상황을 웃어 넘겨보려고

   대모님은 얼른 옆에 있는 그분의 사진을 집어 들고

   "이때는 살이 좀 찌셨네요?" 하니까 자기도 좀 보여 달라고...

   사진을 눈앞에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사진을 본 그는 장난끼 있는 아이처럼 또다시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돼지새끼 같은 놈,  왜 그렇게 살이 쪘냐?  이놈아!"

   "나가 죽어라! 이놈아."

   사진속의 자신 모습을 보면서

   계속 그렇게 같은 욕을 또 하고 다시 울먹거렸습니다.


   그래서 우린 또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고

   어느 동네에서 사셨느냐고 대모님이 물어보셨습니다.

   그랬더니 웃으면서 대한민국에서 살았대요.

   우리도 웃으면서

   "우리도 대한민국에서 살았지요"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는 어디서 사셨느냐고 했더니,

   여기(병원)서 산다고...


   그러면서 말투가 반말로 바뀌었습니다.


   우린 또 웃으면서 제가 "유모어가 있으세요." 했더니

   "유모어가 뭔데?"

   대모님이 "우리를 웃게 하는거요." 하니까

   "웃기는 거라고?  이x 아!"

   겨우 나오는 작은 목소리로 욕을 하는 그분의 눈빛이

   무서워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화 나셨어요?"

   "그래 화났다. 이x 아."


   우리는 너무 변하는 그분의 태도와 모습에

   놀라서 꼼짝도 못하고‘화나시게 해서 죄송해요’하고 서있었습니다.

   섬뜩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서있다가

   "오늘은 그만 갈께요. 나중에 또 올께요."하니까

   반말로 "또 언제 올껀데?" 하고 물었습니다.


   대모님과 저는 넋이 나간 채 병실을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아직까지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괴롭힙니다.

   무엇이 그분을 화나게 만들었을까...?

   우리의 태도가 교만하게 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분이 뇌를 많이 다친 사람이니 충격을 받고 그런걸까?


   그동안 공손하기만 하던 사람이 그렇게 변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도 저를 괴롭힙니다.


   괴로운 기억을 우리가 끄집어내 주었기 때문일까?

   위로한다고 너무 많이 웃은 때문일까?

   많이 힘든 환자를 보고 유모어가 있다고 한 것이 잘못된 것일까?


   오늘 미사 중에도 계속 그 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무엇인가 우리가 잘못을 한 것일 텐데...


   얼마 전 어느 수도자가 쓰신 글을 읽었습니다.


   ..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수도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조건을 나누려 합니다.

      부자들에게 대한 선교를 위해 골프를 치신다는 어느 신부님에

      비하면 너무나도 훌륭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

      나는 수도자요, 너희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여 가난하게

      살아준다는 생각이 눈꼽만큼이라도 있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수도자인‘나’와 

      나의 사랑을 받아야 할 가난한 사람들‘너희’라는 분별이

      남아있는 한 그는 참으로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전히‘나’가 남아있고‘나의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그 책을 꺼내어 읽어보았습니다.

   마음도 육신도 상처 투성이인 그 환자를 보는 나의 교만한 시선을

   그 환자는 분명히 본 것입니다.


   마음속에 내 식구가 아닌 것이 다행스럽고...

   그런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을 위로한다고 지은 거짓 미소를

   그 분에게 들킨 것입니다.

 

   오늘 밤도 많이 괴롭습니다.

   지금 새벽 1시가 넘었지만 영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 환자분이 용서하여 주기만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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