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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흰머리 소녀부대 - 유승학 신부 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18 조회수854 추천수6 반대(0) 신고
 
 
 흰머리 소녀부대
 
노인 배려한 활동으로 사목의 참 의미 깨달아

처음 본당 주임 신부의 역할을 주교님께로부터 소명받은 그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름대로 본당 사목에 대한 기대의 마음이 항상 컸던지라 그 마음은 흥분과 설레임으로 뒤범벅이 되었었다.

첫 발령지는 숭의동본당. 예전에는 많이 활성화 되었었고 인천교구가 발전하는데 큰 자리매김을 했던 본당이라고 한다. 하지만 날로 지역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본당으로 분가를 해야하는 상황 하에 신자들은 새로운 본당으로 나뉘고 남은 분들은 예전에 봉사활동을 했던 몇몇 신자들로서 높은 연령을 가진 분들로만 꿋꿋이 본당을 지켜오고 있었다. 평균 연령대가 50대 후반과 60대 라고 한다면 과장일까? 이분들과 어떻게 본당생활을 할까? 나는 새파랗게 젊고 이분들은 오랜 세월동안 본당을 지켜오셨던 분들이었던 것이다. 고민 끝에 우선은 몇몇 안되는 유소년, 중고등부, 청년들과 많은 분포를 차지했던 노인들에 대한 사목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초중고 학생들은 교사회가 튼튼해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맡길 수 있었지만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이 분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방법도, 또 무엇을 원하는지도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던 상황 하에, 노인사목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그 때의 현실이 잘 반영되고 있었던 노인교실에 착안을 얻어 노인사목의 문을 열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몇몇 중년의 자매님들을 봉사자들로 구성해 교육을 시켰으며, 노인교실의 운영에 있어 다양한 시도를 행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 어르신들 모시고 점심대접, 어버이날에 노인들을 위한 잔치, 봄과 가을의 나들이와 그분들이 성당에서 편히 쉬실 수 있는 공간 마련, 취미로 배울 수 있는 여러 가지 학습의 기회를 드리게 되었다. 그동안 자신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함께 해준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어르신 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음식을 나누고 함께 놀이 시간을 가지며 본당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만들었다.

그러한 가운데 나의 존재는 어느새 흰머리 소녀들의 연인이 되어 있었다.그분들의 고마운 마음의 표현이, 그 사랑이 기도로, 간단한 스킨십(손 잡는것. 무척 좋아하신다)으로, 고마운 말한마디 건네주시는 긴긴 인생이 담긴 그 주름섞인 미소로 다가왔다. 당신들 건강도 생각하셔야 하는데 늘 사제의 건강을 챙겨주며 사랑해 주는 흰머리 소녀부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사목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배우게 된다. 사목은 ‘사제가 무엇인가를 하여 업적을 남기려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신자들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행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사람들을 사랑하고 배려해 줄 수 있는 노력이 그리스도를 전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흰머리 소녀인 그분들, 건강하시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유승학 신부 (인천교구 청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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