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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9일 야곱의 우물- 루카 7, 31-35 묵상/ 사람이 되고 싶은 허수아비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18 조회수724 추천수8 반대(0) 신고

사람이 되고 싶은 허수아비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니 이 세대 사람들을 무엇에 비기랴? 그들은 무엇과 같은가?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사실 세례자 요한이 와서 빵을 먹지도 않고 포도주를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너희는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너희는 말한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을 지혜의 모든 자녀가 드러냈다.”
(루카 7,31-­35)
 
송미영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100년에 한 번, 봉황이 나타나 간절한 소원을 들어준다는 봉황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영험한 봉황은 앞모습은 기러기요, 제비턱에 닭의 부리, 뱀의 목에 거북이 등, 꽁지는 물고기, 뒷모습은 기린이요, 영롱한 오색 깃털에, 울음소리마저 신비한 5음을 낸다고 합니다.

 
이 마을에 사람이 되고 싶은 허수아비가 있었습니다. 그는 날마다 외로이 들판에 서서 올 가을에는 꼭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어느 날 발가락이 간지러워 내려다보니 작은 새 한 마리가 발가락 사이에서 나오는 단물을 정신없이 빨고 있었습니다. ‘내 발가락 사이에서 단물이 나오네?’ 허수아비는 발가락을 움직이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작은 새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물을 달게 먹고 난 작은 새는 허수아비에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그렇단다.” “사람이 되고 안 되고는 아저씨 마음에 달려 있어요.” 그 후로 날마다 작은 새는 허수아비에게 날아와 신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었고, 그의 발가락 사이에서 솟아나는 단물로 목을 축이며 행복해했습니다. 허수아비도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드디어 허수아비의 꿈을 알고 있는 가을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작은 새가 아주 못생기고 몸이 불편하여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검은부리 참새를 데리고 왔습니다. 작은 새는 자기가 마실 물을 양보할 뿐더러 참새가 물을 먹는 동안 먹이감을 구해 오기도 했습니다. 허수아비는 못생긴 검은부리 참새를 위해 희생하고 수고하는 작은 새가 안타깝고 못마땅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높은 창공을 가르며 솔개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검은부리 참새를 노리며 허수아비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허수아비는 ‘기회는 이때다.’ 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솔개는 순식간에 참새를 낚아챘습니다. 먹이를 구해 오던 작은 새가 이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지르면서 참새를 구하려다 솔개의 날개에 치여 저만치 나동그라졌습니다. 허수아비는 놀라고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들녘의 추수를 다 마친 농부가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허수아비를 쑥 뽑아 논두렁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때 허수아비는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점점 잦아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앞모습은 기러기요, 제비턱에 닭의 부리, 뱀의 목에 거북이 등, 꽁지는 물고기, 뒷모습은 기린이요, 영롱한 오색 깃털을 지닌 작은 새의 주검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을 알고 사랑한다면 매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좋아하시는 것을 좋아하고 그분이 사랑하시는 것을 사랑하는 지혜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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