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쐐기, 태풍, 메마른 장미, 그리고 낙원
작성자김열우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19 조회수852 추천수0 반대(0) 신고

이른 여름부터 꽃을 피워내던 장미나무가 단 며칠사이, 오래되어 다 낡아진 옷처럼 잎이 해어져 버렸습니다.

그토록 많은 꽃을 내어 영양이 부족한 탓이려니 속수무책, 방심하고 있었는데, 쐐기가 갑자기 생겨 그 심감한 해악을 끼쳤던 것입니다.

살충제를 뿌렸더니 무수히 많은 쐐기가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모든 잎이 상하여 앙상하여진 장미나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큰 시련을 극복하고 가지마다 새싹이 돋아나고, 꽃을 피워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성당의 레지오 주회 시간에 가져가려 탐스러운 꽃봉오리 가지를 잘라내어 잎을 물에 씻는데 손가락이 따끔 따끔하였습니다.

장미의 가시에 긁힌 탓이려니 참고 있었는데 이곳, 저곳이 따끔거렸습니다.

알고 보니 지난번 약을 뿌릴 때, 죽지않고 살아 남아있던 쐐기가 잎의 뒷면에 붙어있었던 것입니다.

약을 발라도 잠시뿐, 하루가 지나도록 그 따갑고 쓰린 손가락을 부여잡고 쩔쩔매었습니다.

다윗처럼, 하느님은 왜 사람과 식물을 해롭게 할 뿐, 아무 유익이 없는 이런 해충을 만드셨을까? 라는 볼멘 불평과 더불어, 뱀과 쥐, 바퀴벌레와 같이 해롭게만 할 뿐인 것들의 창조이유를 생각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올해도 태풍으로, 우리가 염려하던 이상의 막대한 해를 입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쐐기에도 쏘이고, 원하지 않는 태풍의 해도 입는 것이 인생길이려니.이에 순응하기까지 수많은 풍상의 세월의 가르침을 받아야 했습니다.

 

쐐기에 모든 잎이 전멸당하였던 장미나무가 새롭게 가지마다 움을 돋우고, 새싹을 내며, 꽃망울을 달아 탐스러운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보며 또다시 힘과 용기, 희망을 가집니다.

 

여름내, 장미나무의 가지를 잘라 화분에 꽂아 꺾꽂이를 하였습니다.

화분마다 장미나무의 가지들이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틔우며, 꽃망울까지 터뜨려 찬탄을 하게 하였습니다.

저는 얼마되지 않는 화분들이 놓여있는 옥상정원을 무궁 무진, 피어 하느님을 찬양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영원히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라고 나무들을 축복하였습니다.

 

천국은 기쁨과 평안이 있는 곳입니다.

저는 꺾꽂이를 한 장미나무가 새싹이 돋아나기를, 뿌리가 내리기를 기다리며, 물을 주고 일조량을 조절해주며 병충해를 걱정하며 한여름을 보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며 변모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세상의 시름을 씻어내며, 희망과 기쁨, 평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토록 특별하지 않은 작은 것들에 인생의 행복이 담겨있음에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자녀들을 기를 때 외에, 누구에 이토록 집착하여 열망과 열정을 다 바쳤던 일이 있었을까?

만일 하느님을 위하여, 그리고 사람을 위하여 이토록 온 마음을 다하였다면 얼마나 큰 복이 되었을까?

늘 사도신경을 외우면서도, 베풀어 주시기만을 구하였을 뿐, 진정 온 마음과 온 정성의 감사와 찬미를 드렸던 적이 몇 번이나 되었을까?

그리고 가족과 이웃들에게 온 성심을 다하여 대접을 한 적은?

 

장미꽃 한 송이가 뜨거운 태양빛에 피어나기도 전에 겉이 거뭇하게 말라있었습니다.

뜨거운 태양열을 견디어내기에 역부족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벌레와 싸우며 어렵게 매단 꽃봉오리이기에 저에게는 귀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하느님은 곱든, 곱지 않든, 누구든 받아주시며, 특히 어렵게 버티어 이겨낸 그 고난의 시간들을 더 귀히 여기실 것 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렵게 피워낸 너를 하느님은 기뻐하실거야. 하느님께 가자. 하며 볼품은 없지만 레지오 주회 시간에 꽂았습니다.

 

천국은 기쁨과 평화가 있는 곳입니다.

장미나무를 통하여 제가 얻었던 행복과 기쁨, 평화는 우리가 세상에 사는 동안에 천국을 미리 맛 보여 주시는 것이라 믿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면 별것도 아닐 그런 작은 것들 속에 천국의 기쁨과 평화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인생이 바라는 궁극적 소망은 생명과 행복일 것이며, 그 행복은 기쁨과, 평화일 것입니다.

그것은 큰 것들의 성취라기 보다는, 작으나 위대한 생명과 성장들이며, 이들을 지켜보며, 그에 기울이는 열망과 열정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07년 9월 18일 23시 36분 3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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