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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
작성자임숙향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20 조회수721 추천수6 반대(0) 신고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당신도 언젠가 저의 모든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구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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