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흥(새천년복음화연구소 소장)
◆“일이 힘든 것보다도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미워서 도와주기가 싫다.” 이 말은 1980년대 말부터 북한을 방문하고, 지금도 평양과 사리원 등 몇 군데에 국수공장을 세워 북한을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 어느 스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사실 대북 지원에 나선 실무자들의 공통된 심정이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어렵게 그들을 돕는데 당연히 북한에서 외부 지원을 담당하는 일꾼들이 이를 고맙다고 하고, 또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자기들 입장만 내세우는 등 어떤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비협조적이어서 “대체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하는 거야?”라고 혼자 분을 삭일 때가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점차 지나면서 그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보통사람이 군대와 같은 조직사회의 독특한 생리와 구조를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북한사회야말로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조직구조와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달리 외부 세계와 접촉이 없었다는 점과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서로 지원할 때 국가 간에 정책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실무자들이 서로 고맙다고 얘기할 만한 여지가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아는 것이 죄’이고, 그들은 ‘모르는 것’이 죄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우리는 모두 죄인이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하고,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라는 주님의 말씀이 더욱 은혜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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