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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작업의 선수 - 유승학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24 조회수569 추천수7 반대(0) 신고
 
 
 작업의 선수
 
‘손을 내민다. 반갑다고 악수를 청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저 대충 악수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채 얼굴만 찌푸리며 피해버린다.’

이 모습은 한 청년에게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를 하려는 순간 벌어진 당혹스런 사건이다. 내가 신부인 것을 몰랐을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사실 인사를 하려 악수를 청한 것은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왜냐하면 옆에 있던 부모님을 무척이나 원망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위 사건의 배경은 선택주말 장소로 들어오는 청년들을 환영하는 시간이었다. 대부분은 스스로 또는 누군가의 권유에 의해 참여하게 되는데, 혹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닌 참여라 해도 일단 이 선택주말에 들어오는 불편한 맘을 그리 당당하게 내색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청년만은 참 당당했다. 그런 당혹스런 사건이 발생하다 보니 옆에 계셨던 그 부모님이 오히려 대신해서 죄송하다고 그런다. ‘뭐~ 그럴 수 있죠’하며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말았다.

어찌되었든 그 청년의 첫인상은 부모에 대한 반항과 선택주말 프로그램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을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관심대상 리스트의 1위에 올랐다. 관심의 대상 1위로 오르는 순간 아주 자연스럽게 그 청년의 모습의 변화를 위해서 보이지 않는 기도와 관심의 표현을 다른 이보다 더 많이 하게 된다. 가볍게 말을 자주 걸어보고, 살짝 미소도 보여주고, 잘하고 있다는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작업’은 처음부터 그리 쉽게 그 청년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갈수록 내가 또는 우리가 하지 않았던 어떠한 일들이 시작되는 신비스러운 기적을 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나눔’이라는 신비였던 것이다.

다른 이의 진정한 이야기를 듣는 일과, 내가 생각하는 것을 진지하게 말하는 일이 수시로 반복되면서 처음 만나보는 이들 앞에서 닫힌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다른 이의 진정한 맘을 듣는 시간적 여유나 스스로의 고민과 어려움을 진지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딱히 없었던지 프로그램 자체가 때로는 지루하고 힘들 수도 있었을 텐데 참여하고 있던 청년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스스로 변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하느님께서 직접 하시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러한 기적적인 하느님의 ‘작업’은 당연 문제의 그 청년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하루, 이틀의 짧은 시간 안에서 다른 이와 관계하는 모습이 달라지고 얼굴의 표정도 밝아지는 모습을 역력히 볼 수 있었다. 결국 그 청년은 우연치 않게 나에게 고해성사를 보며 그동안 가족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과 고민을 털어놓고 내 눈 앞에서 놀랍게 변화되었다.

마지막 파견 미사 후 부모님을 만나고 있는 그 청년의 모습은 처음 선택주말에 들어올 때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정말로 하느님은 우리 인간이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의 맘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는 일’에 있어서 ‘작업의 선수’이시다.


유승학 신부 (인천교구 청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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