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왜 또 그럴까? - 판관기12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27 조회수683 추천수11 반대(0) 신고

왜 또 그럴까? - 판관기12

 <생명의 말씀>
  이스라엘 백성은 다시 야훼의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하였다. 그래서 야훼께서는 이스라엘을 모압 왕 에글론의 기세에 눌리게 하셨다. 그들이 야훼의 눈에 거슬리는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판관기 3:12)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이스라엘 사람들은 판관 오드니엘이 살아 있는 40년 동안은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 오드니엘의 지도에 따라 모든 우상 숭배를 멀리하고 하느님 말씀과 그분의 법에 따르는 생활을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지도자가 죽고 나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곧바로 야훼 하느님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주변 민족들의 신을 숭배하면서 자기의 욕망을 따라간 것입니다.

선한 것을 배우고 그것을 실천하며 몸에 배게 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 반면 죄와 악의 경우에는 죄를 짓겠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너무도 쉽게 그리로 이끌려 갑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마음 안에 하느님과 그분의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 하느님과 그분의 법보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욕망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쉽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느님도 알고 그분의 법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면서 살아가는 주변 민족들의 모습을 보니 이스라엘 사람들도 자기 욕망을 따라 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고 거기에 저항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과 그분의 법을 따르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자기 자신 즉 자아(自我)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를 깨끗이 포기하고 비우지 않으면 하느님을 따르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유혹이 찾아오는 고비고비마다 하느님과 신앙이 내게 큰 부담으로 다가 옵니다.

내 안에 있는 크고 작은 욕망들이 하느님께로 가고자 하는 나를 자꾸 붙잡습니다. 인터넷 붙잡고 불필요하게 오래 있다 보면 쓸데없는 사이트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러면 마음과 영혼이 급속도로 황폐하게 되는 죄의 체험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토요일이나 주일 친구들과의 약속이나 놀러 가는 일 등 때문에 기도모임이나 주일미사를 한 번 거르게 되면 대죄를 지은 죄의식은 아니지만 내 영혼은 하느님과 멀어져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꺼림직한 느낌 때문에 다음 주에는 하느님께 나가는 것이 더 죄송스러워지고 어려워져서 2주, 3주 심하면 몇 년 쭈욱 주일미사 빠지는 삶을 살게 되기도 합니다.  

꼭 죄를 지으려고 한 게 아닌데도, 죄 지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도 죄 속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느님과 멀어져야겠다, 하느님과 거리를 두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도 종종 하느님과 멀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잠깐의 즐거움 후에는 늘 깊은 후회가 밀려 옵니다.

내 곁에 불변하며 존재하는 하느님의 법을 따르지 않고 나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게 하는 내 욕망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자기에만 집중하고,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고,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죄의 길,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꼭 버려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대단한 욕망이 아니기 때문에 더 버리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짓을 하면 죄악에 빠져서 헤어나올 길이 없을 것처럼 생각되는 일들을 하지 않기는 쉽습니다. 그리고 악마도 그런 일로 사람을 유혹하지는 않습니다. 사소한 욕망을 만족시켜 주는 별 것 아닌 일, 때로는 그것을 이루면 매우 좋아 보이는 일들로 사람을 유혹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쉽게 의식하지 못한 채 유혹에 빠지고 하느님과 멀어지고 지속적으로 죄를 짓는 삶을 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가 제일 빠지기 쉽고, 그 안에 빠져서도 별로 헤어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 욕망이 있습니다. 육신의 안락함에 대한 욕망,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 재미있게 즐기고 싶은 욕망 이 그것인데 주님께 나아가는 데 제일 방해되는 장애물들입니다.

한 주간 학교에서 직장에서 학업에 일에 시달렸기 때문에 토요일 주일은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여행도 가고 집에서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생각에 이끌려서 '이번 한 주만'하며 주일 미사 빠지면 하느님과 멀어지는 고속도로에 두 발을 들여 놓은 꼴이 됩니다. 마음 안에서 한 번 뒤로 밀리기 시작한 하느님은 이후에는 다른 문제들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뒤로 밀리게 되어 있습니다. 

주일미사만이 아니라 매주 토요일에 있을 수 있는 기도모임이나 소공동체 모임도 같은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세상에 재미있는 것들이 제일 많고 또 하루를 온전히 놀면서 쉬고 싶은 욕망도 최고인 시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다 나오기 싫은 게 당연합니다. 기도회에 오기보다는 집에서 그냥 쉬고 싶고, 친구들 만나고 싶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다면 자기 배우자랑 함께 쉬거나 다른 데 가서 놀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게 당연합니다. 중간 고사나 기말 고사, 보고서 제출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매주 나가던 기도회 이번 한 주만 하며 빠지고 싶은 마음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선택이 계속되다 보면 하느님과 서서히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신앙 안에서 20대부터 30대까지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다보니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한 주일 내내 하느님 생각 거의 안 하고 세상(직장 혹은 학교)의 패턴대로 살다가 주일날 미사 한 시간 참례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미사 성제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깊은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나아가고 그분과 가까워지기 위한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매일매일의 묵상과 기도, 함께 기도하면서 영적인 친교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해 줄 수 있는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입니다.  

그 옛날의 이스라엘 사람도 하느님을 따르고 싶지 않아서 처음부터 일부러 벗어난 것은 아닐 겁니다. 우리 중에도 하느님이 싫어서 그 분 품에서 일부러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삶의 작은 부분에서 잠시잠깐 하느님을 뒤로 하고  자기 욕망을 따르게 되면 결국에는 하느님을 저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