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흥(새천년복음화연구소 소장)
◆어느 신심단체에서 ‘과연 하느님은 나에게 어떤 분이신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자매는 ‘나에게 복을 주시는 분’이라고 했고, 어떤 형제는 ‘나에게 평화를 주시는 분’이라고 했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과 평화, 은총과 복을 주시는 분으로 고백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신앙풍토는 기복적 요소를 물씬 풍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예를 들면서 다시 제가 함께하고 있는 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과연 하느님은 여러분에게 어떤 분이십니까?’ 이분들의 대답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구원을 주시는 분’으로 압축되었지요. 물론 정답입니다. 구원 신앙의 핵심을 꿰뚫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저는 이런 질문을 제가 받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노라고 말했습니다. ‘하느님은 나를 도구로 쓰시는 분’이라고요. ‘그분께서 언제 어떤 모양의 도구로 쓰시건 나는 그냥 그분의 도구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물속에 던져지건, 불속에 던져지건, 자갈밭에 던져지건 ‘내가 왜 그곳에 던져지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그냥 도구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를 좋아합니다. 이 기도의 지향처럼 평화의 주님께서 쓰시는 평화의 도구가 되어 미움을 사랑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고 어둠에 빛을 비출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만 있다면 들어오는 복을 걷어차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더라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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