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29 조회수822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07년 9월 29일 성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축일
 
 
 
“Amen, amen, I say to you,
you will see heaven opened
and the angels of God ascending

and descending on the Son of Man.”

(Jn.1.51)

 
제1독서 다니엘 7,9-10.13-14
복음 요한 1,47-51
 
 
오늘의 독서와 복음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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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 때의 일 중에서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대학원 1학년 때의 일로 아마 총장배 체육대회 중에 있었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체육대회는 신학교의 큰 행사 중 하나로 각 학년은 자기 학년의 명예를 걸고서 정말 열심히 경기에 임합니다. 당시 저희 학년은 전 종목에 걸쳐서 우수한 성적을 얻었고, 특히 포기했었던 농구가 결승에 오르는 아주 이례적인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학부 3학년과 대학원 1학년인 우리 반의 농구 결승전. 누가 봐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당연히 학부 3학년이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결승전이라고 전교생과 학교 교수 신부님들이 관람하고 있는 가운데 결승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점수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팀에서는 봐주면서 하는 것 같고, 우리 팀은 이 정도만 되어도 성공했다는 듯이 즐기면서 농구를 합니다.

저는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때 제가 승부욕이 엄청나게 강했거든요. 따라서 이러한 모습을 그냥 볼 수가 없었지요. 점점 과격해지면서, 상대방의 약한 파울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교수신부님들과 전교생이 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큰소리로 욕을 하며 화를 내었지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의 승부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저희 학년이 우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뒤의 일입니다. 저랑 농구를 할 때면 사람들이 피하는 것입니다. 우리 반의 승리를 가져오는데 보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이미지는 바닥을 치게 된 것이지요.

요즘 같은 경쟁사회에서는 자신의 뜻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공격적인 사람들에게 ‘성공한 사람’이라는 호칭을 붙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의 성공은 늘 단명으로 끝나지요. 반면에 그들이 저지른 해악은 자신과 남에게까지 널리 미치는 것 같습니다. 경쟁이 지나치면 결국 여러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고, 자신도 불쾌해지며, 욕을 먹게 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엉망이 되는 것입니다. 대학원 1학년 때의 저처럼 말이지요.

반면에 경쟁심을 버린 사람은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습니다. 자기 식을 남에게 강요하지도 않고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안절부절 못하면서 속상해하거나 움츠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늘 존경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천사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요? 이런 사람들이 우리 곁에는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천사야.”라는 말을 자주 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나 스스로는 그 천사와 같은 모습을 갖추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천사 같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면서도, 스스로는 자신의 뜻을 타인에게 강요하는데 더 익숙해 하면서 천사와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오늘은 성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축일입니다. 대천사 축일을 맞이해서 우리 역시 천사들의 모습을 닮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천사는 하늘에만 계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함께 하고 있으며, 나 역시 내 이웃의 또 다른 천사가 되어야 합니다.



천사 축일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선생님은 천사에요(최관하, '좋은생각' 중에서)
 
2학기 대입 수시 접수가 한창이다. 아이들이 입시 준비로 피곤한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무조건 일찍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등나무 옆을 지나던 중이었다. 그곳엔 3학년 수정이가 앉아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는 생각과 달리 내 발걸음은 어느덧 수정이를 향하고 있었다. "안녕"

내 인사 소리에 수정이도 반갑게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정이가 다음 날 원서 마감인 대학의 자기소개서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피곤했지만 수정이의 안타까움을 외면할 수 없었다. 밤늦게라도 정리해서 내게 보내면 살펴 주겠다고 하면서 수정이와 헤어지고 차에 올랐다. 차의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선생님은 천사예요. 정말 감사해요. 피곤하실 텐데도.... 수정 올림."

'선생님은 천사예요.'라는 말이 나의 가슴을 쳤다. 수정이의 짧은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나는 깊은 위로를 맛보고 있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한 나는 저녁식사를 하고 바로 누워 버렸다. 그동안의 피곤함이 물밀 듯 밀려왔던 것이다. 몇 시간쯤 잤을까. 비교적 잠귀가 밝은 내 귀에 문자메시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자기소개서 보냈거든요. 봐 주시면 감사!"

시간은 밤 10시경이었다. 내 마음 속에서는 '일어나야 한다. 수정이가 기다릴텐데' 하는 생각이 앞섰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해야겠다' 생각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또 문자메시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선생님, 아직 못 보셨나요? 기다리다 이제 자려고요." 수정이의 문자메시지였다. 나는 화들짝 놀라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새벽 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나는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자기소개서를 검토했다. 기다리고 있을 수정이의 눈망울이 떠올라 잠이 다 달아나 버린 상태였다. 다 마쳤을 때 다가오는 희열이 나를 휘감고 있었다.

나를 믿는 제자들이 있어 행복하다. 내가 그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다른 이들보다 한 가지 더 있어서 행복하다. 그리고 나를 천사라고 불러 주는 나의 천사들을 사랑한다.
 
 
“Here is a true child of Israel.
There is no duplicity in him.”
(Jn.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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