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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약점과 하느님-판관기14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29 조회수510 추천수8 반대(0) 신고

나의 약점과 하느님-판관기14

 <생명의 말씀>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께 울부짖자 야훼께서는 그들을 구원할 자를 세우셨다. 그가 바로 베냐민 지파 게라의 아들 왼손잡이 에훗이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이 모압 왕 에글론에게 바치는 조공을 가지고 가게 되었다. 에훗은 길이 한 자 남짓 되는 쌍날 비수를 만들어 오른쪽 허벅지 옷 속에 차고 들어 가 모압 왕 에글론에게 조공을 바쳤다. 에글론은 매우 살진 사람이었다. 에훗은 조공을 바치고 나서 그 조공을 메고 온 사람들을 보내고 자신은 길갈 근처 우상들이 서 있는 데까지 왔다가 돌아 가서 은밀히 드릴 말이 있다고 왕에게 고하였다. 왕이 모시고 섰던 신하들을 물리치자 에훗은 그가 있는 곳으로 들어 갔다. 마침 왕은 여름별장 다락방에 홀로 앉아 있었다. 에훗이 아뢰었다. "대왕께 하느님의 전갈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 말을 듣고 곧 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 에훗은 오른쪽 허벅지에 있는 칼을 왼손으로 빼어 왕의 배를 찔렀다. 그 칼이 자루까지 박혔는데 그가 칼을 배에서 뽑지 않았으므로 기름덩어리가 칼에 엉겨 붙었다. 에훗은 다락방 문을 닫아 잠그고 문간채로 나왔다. 그가 나간 뒤 왕의 신하들이 와서 다락방 문이 잠긴 것을 보고는 왕이 여름별장 변소에서 뒤를 보고 있거니 생각하였다. 그들은 기다리다가 차츰 걱정스러워졌지만, 다락방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윽고 열쇠를 가져다가 열어 보니 그들의 상전은 죽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에훗은 몸을 피하여 우상들이 서 있는 곳을 지나 스이라로 도망쳤다 (판관기 3:15-26)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이 이야기는 좀 이상합니다. 요약해 보면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서 하느님께서 왼손잡이 에훗을 세우셨고 에훗이 이스라엘 사람을 핍박했던 모압왕 에글론을 술수를 써서 암살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도 아니고 무슨 교훈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좀 그렇습니다.

그런데 당시 고대 근동의 문화적 측면에서 왼손잡이 에훗을 새롭게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고대 근동에서 왼손잡이는 일종의 장애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오른손은 축복과 번영의 상징이지만 왼편은 저주와 형벌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왼손잡이는 일종의 문화적 터부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에훗은 왼손잡이로서 당시 사회에서 터부시되었던 사람, 일종의 왕따였을 가능성이 높은 거죠. 에훗은 자신의 왼손 때문에 이스라엘 문화권 안에서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았던 사람일 수 있습니다. 에훗에게 그 왼손은 자기 인생의 가장 큰 약점이자 걸림돌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동족들에게 멸시받고 천대 받았던 그 사람을 하느님께서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에훗은 하느님의 그 선택에 응답했습니다. 멸시 받고 천대 받았던 사람이 자신을 멸시하고 천대했던 사람들의 해방을 위해서 목숨의 위협을 무릅쓰며 행동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평생동안 받았던 터부의 눈초리와 푸대접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내가 왜 나를 무시했던 사람들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이 일을 해야 합니까?'라는 항의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에훗에게는 분명 그런 갈등의 시간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결국 에훗은 자신의 뜻을 접고 하느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에훗 인생의 가장 큰 약점을 붙드셔서 가장 큰 장점으로 활용하셨습니다. 에훗을 통해서 우리는  내 인생의 가장 큰 핸디캡도 하느님 손에 붙들리면 상상할 수 없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의 약점을 모두 감추고 싶어합니다. 그 약점이 사람들에게 늘 공격의 대상이 되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걸 잘 아니까요. 그래서 하느님 앞에 나갈 때도 그 습성 그대로 약점을 포장해서 감추고 나가고만 싶어합니다. 모든 것을 다 아시는 하느님 앞에서는 그것이 아무 소용도 필요도 없지만 말입니다.

사실, 내 강점과 장점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도취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하느님은 내 약점을 통해서 나를 위로·격려하실 때가 많습니다. 하느님은 에훗의 경우처럼 오히려 내 약점을 강점으로 활용하시기도 하고 내 약점을 보완해 줄 다른 사람들과의 깊은 협력과 친교를 통해 하느님 사랑을 보여주시기도 합니다.
 
나의 약점이 나를 자꾸 걸려 넘어지게 하고 자신감 없게 만들 때, 에훗을 높이 쓰셨던 하느님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약점을 통해서 주님께서 크게 일하실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선하게 쓰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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