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9월 30일 연중 제26주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30 조회수808 추천수8 반대(0) 신고
 
 
 
 9월 30일  연중 제26주일
 

 
"너는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다.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하느님이 도우시는' 라자로>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라자로라는 거지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단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던 중증 신체장애자였습니다. 아침마다 동료 거지들은 그를 번쩍 들어 부잣집 대문 근처에 옮겨다 놓았습니다. 심각한 장애를 지닌 동시에 지독한 피부병까지 앓고 있는 라자로였기에 사람들은 그를 멀찍이 피해서 달아날 뿐 아무도 그에게 동정을 베푸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너무도 배가 고팠던 라자로는 있는 힘을 다해 부자의 식탁 바로 밑까지 기어갔습니다. 매일 성대한 만찬이 벌어지던 부자의 식탁 아래서 가끔씩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라도 받아먹으려고 필사의 몸부림을 쳤습니다.

   당시 유다 사회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경우에 따라 직접 손으로 집어먹기도 했기에 부잣집에서는 빵을 사용해서 지저분해진 손을 닦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남들이 더러워진 손을 닦는데 사용했기에 비위생적이기 짝이 없는 빵 부스러기를 받아먹는 라자로의 비참함. 그것도 식탁 밑에서. 더욱 가관인 것은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던 주인 없는 개들마저 라자로에게 다가와 그의 종기를 핥았지만 그는 그 개들조차 막을 힘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개보다도 못한 삶이 바로 라자로의 삶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께서는 이런 라자로를 아브라함 품에 안기게 하여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하십니다. 라자로란 이름의 뜻은 '하느님이 도우신다'입니다. 라자로는 자신의 비참함을 한없는 인내로 이겨냈으며 자신의 미래를 전적으로 하느님 손에 맡겼습니다.

   라자로는 살아 생전 자신의 비참함을 절실히 깨달으며 살았기에 오직 하느님께만 모든 희망을 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라자로를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마련하신 천상잔치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히십니다.

   재산이란 있다가도 한순간에 사라지는 뜬구름 같은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건강, 재능, 학력에 한껏 자아도취되는 실수를 범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때로 한순간에 우리의 모든 것을 거두어가십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우리 자세는 라자로와 같은 겸손함입니다.

   "주님! 보십시오. 당신 없이는 참으로 비참한 제 인생입니다. 제 눈은 비참함으로 흐려진 채 날이면 날마다 눈물짓나이다. 제 희망은 이제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제 삶의 의미입니다. 당신만을 신뢰합니다."

   한편 오늘 복음의 비유에 등장하는 부자는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너무도 '잘' 살았습니다. 의식주 그 어느 것 하나 아쉬운 것이 없었습니다. 옷은 오로지 최고급 명품으로만 잔뜩 치장했습니다. 집은 임금님 대궐처럼 지었습니다. 매일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마냥 즐겼습니다. 오직 제 한몸 챙기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겼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부자가 진귀한 음식을 즐기고 있던 바로 그 식탁 밑에만 하더라도 라자로라는 거지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짐승처럼 엎드려서 '언제 빵 부스러기가 떨어지나'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자는 라자로를 동네 개 보듯이 했습니다. 기분 좋으면 뜯고 있던 닭다리 하나를 크게 선심 쓰듯이 밑으로 던져주었습니다.

   부자의 오만한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어쩌면 그럴 수 있나'하는 생각에 치가 떨리기도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오늘날 우리 가운데서도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부자의 가장 큰 과실은 자신에게 주어진 부 앞에 겸손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부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라 이웃과 잘 나누어 쓰라고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것임을 간과했던 것입니다. 돈이면 전부인 줄 알고 가난한 사람들을 철저하게도 무시하면서 오만하게, 안하무인격으로 살았기 때문에 다음 세상에 가서는 지옥불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불평등과 불의, 의인의 고통,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서러움을 우리 역시 나 몰라라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열심히, 성실히, 꾸준히, 정직하게 일해서 얻은 부와 명예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분들은 훌륭한 부자들, 하느님 축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결국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시지 않으면 그 모든 부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뜬구름과 다를 바 없음을 기억하는 한 주가 되길 바랍니다. 작은 것일지라도 나누고, 작은 손길이라도 보태는 사랑의 실천을 통해 하늘에 보화를 쌓는 넉넉한 가을이 되길 빕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