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수녀(마리아구호소)
◆어린아이는 욕심이 없고 걱정도 없으며 꾸밈이 없고 겸손하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한다.
우리 집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사람은 ‘천사’라는 별명을 가진 최남달 할머니시다. 할머니의 정신 연령은 다섯 살 정도인데,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모두가 즐거워한다. 요즘은 말을 배우는 중인데 상대방이 ‘소풍’ 하면 ‘가자!’ 하며 수줍은 소녀처럼 입을 가리고 호호 웃으신다. 비록 언어소통은 잘 되지 않지만 항상 웃으며 즐거워하는 할머니를 보면 우리도 덩달아 기쁘고 행복해진다.
할머니는 미사와 기도에 꼭 참석하신다. 거양성체 때 신부님이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하시면 할머니가 큰소리로 “아멘.” 하신다. 덕분에 모두 웃음을 참느라고 애쓰며 분심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마리아구호소 가족들 모두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고 지나간다. 할머니는 감수성도 예민해서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성모상 앞에서 또 거실에 모셔둔 성녀 소화 데레사 상 앞에서 두 손 모아 절하며 기도하신다.
할머니는 원내 자활작업으로 훌라후프에 자석 끼우는 일도 열심히 하신다. 나를 보면 당신이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이봐, 이봐.” 하신다. 내가 웃으면서 “정말 많이 하셨네요.”라고 칭찬하면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꼬꼬, 요요. 가자!” 하신다. 돈 벌어서 통닭과 영양탕 사 먹으러 가자는 말씀이다.
지금도 구호소 가족들의 기도소리 속에 “아버지, 아멘!” 하는 최남달 할머니의 커다란 목소리가 한데 어울려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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