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눈에 보이는 증표가 꼭 필요한가?-판관기19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04 조회수525 추천수7 반대(0) 신고

  눈에 보이는 증표가 꼭 필요한가?-판관기19

 <생명의 말씀>
  드보라가 납달리 케데스에 사람을 보내어 아비노암의 아들 바락을 불러다 놓고 일렀다.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께서 이렇게 명령 하셨소. '너는 납달리 지파와 즈불룬 지파에서 만 명을 뽑아 다볼산으로 이끌고 가거라. 그러면 나는 야빈의 군대 지휘관 시스라를 키손강으로 유인해 내겠다. 내가 그의 전군을 병거대까지 유인해 내다가 네 손에 붙이리라.'" 바락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만일 당신이 저와 함께 가신다면 가겠지만, 함께 가시지 않는다면 못 가겠습니다."드보라는 "내가 꼭 함께 가겠소. 하지만 이번 길에서 그대에게 영광이 돌아 오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알아 두시오. 야훼께서 시스라를 여인의 손에 넘겨 주실 것이오." 하고 일어나 바락과 함께 케데스로 갔다. 바락이 즈불룬과 납달리 지파를 케데스로 출동시켰다. 만 명이나 되는 부대가 그의 뒤를 따라 올라 가는데, 드보라도 그와 함께 올라 갔다.
(판관기 4:6-10)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판관 드보라에게 하느님께서 말씀하셨고 드보라는 그 명령의 말씀을 당시 이스라엘의 군대 지도자 바락에게 전하였습니다. 드보라가 전한 하느님의 말씀은 야빈의 군대를 괴멸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군사 작전 계획이었습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이스라엘 군대 지도자 바락의 첫 대답은 드보라가 동행하면 군대를 꾸려 전투하러 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못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락이 어떤 마음에서 이런 요청을 했을까요? 중대한 일을 치르기 위해 하느님의 동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 조상 대대로 꺼려했던 철병거가 있는 군대에 맞선다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뒤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이유가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작전 계획까지 알려 주신 하느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느님의 눈에 보이는 증표와 같은 사람 드보라에게 동행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드보라도 망설임 없이 말합니다. "꼭 가겠다. 하느님께서 시스라를 칠 것인데 그러나 그 영광이 당신 바락에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여인에게 그 영광을 빼앗길 것이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가시적 증표가 바락에게는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스스로의 자신감도 부족했기 때문일 수 있고, 또 만 명이나 되는 군대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면서 그들을 통솔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하느님 동행의 표지는 가시적인 사람이나 물건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에 순종함을 통해서 그 사람 안에서 하느님의 능력이 나타날 때 누구나 그것을 알아보고 인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바락에게도 그 기회를 주신 것인데 바락이 그것을 외면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살면서 자신감이 없을 때 하느님이 나와 동행하시고 나와 함께 하신다는 증표를 찾고만 싶습니다. 그래서 나의 급박한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는 성경 말씀에 의지하기도 하고, 또 성물(묵주나 스카풀라 등)을 지니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런 행위 자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경 말씀이나 성물이 그 사람 안에서 가질 수 있는 힘은 그 사람이 지닌 실천적 믿음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의 의미도 잘 모르고, 기도의 깊은 의미도 모르고, 말씀 안에서 훈련을 받지 않아서 믿음도 별로 없는 사람이 성물(묵주나 십자가, 스카풀라 등)에 의지하는 것은 마치 성물을 부적처럼 대하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전혀 그리스도의 정신이 없어서 세속정신으로만 살아가는데 내가 십자가를 지녔다고 해서 그 십자가가 내 삶 주위에 안전한 보호막을 형성해 주고 나를 보호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혹시 바락도 하느님을 이렇게 대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분 말씀을 믿고 순종하여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하느님이 아니라 나와 내 군대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보호막으로서의 하느님만을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군대 지휘관의 최대 영광인 상대 적장을 사로잡아 항복 받는 일을 하느님께서는 바락에게 허락하시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분명히 드보라를 통해서 '바락 너의 손에 시스라의 군대를 붙인다.'라고 말씀하셨는데도 그 말씀에 힘을 얻고 순종하기보다는 하느님을 부적처럼 대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점집이나 무당집에 가면 몇 마디 해 주고 몇 십만원 몇 백만원짜리 부적을 써 줍니다. 나를 보호해 주는 증표니까 늘 몸에 지니고 다니라는 거죠.

하느님을 따르는 과정에서 하느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눈에 보이는 증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내가 하느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함을 통해 그분의 능력과 영광이 나를 통해 나타나게 해서 하느님 현존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야하는 것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