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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5일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05 조회수862 추천수13 반대(0) 신고
 
 
 
                  10월 5일 연중 제26주간 금요일-루카 10, 13-16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지만>


   이 한 세상 살아오시면서 가장 큰 당혹감, 좌절, 슬픔, 배신감...등등을 느낄 때가 어떤 순간이었습니까?


   믿었던 친구로부터 꽤 큰 ‘거금’을 떼였을 때, 그래서 가계가 휘청했을 때, 엄청 속상하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또 마음 크게 먹으면서 천천히 넘겨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심사숙고 끝에 시작한 사업, 심혈을 기울여서 시작한 사업이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난관에 부딪치고, 내리막길로 접어들 때,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려니, 값비싼 경험이려니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한 교통사고, 그로 인한 장기간의 입원,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많이 아프겠지만, 세월과 더불어 치유되기 마련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사별, 참으로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며 슬픔이겠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보십시오. 그가 떠나고 없는 이 세상, 당장 죽을 것만 같았는데, 숨도 못 쉴 것 만 같았는데, 다 지나갑니다. 고인에게는 미안한 일이겠지만, 어느새 우리 삶은 자연스럽게도 원상 복귀됩니다.


   그러나 진정 사랑했던 사람, 그래서 내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으로부터의 철저한 ‘배신’, ‘등 돌림’ ‘실연’, 그로 인한 고통과 상처는 정녕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그 상처, 그 아픔은 평생 가슴에 맺혀 잊혀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잊기 위해, 새 출발하기 위해 일부로 씩씩해지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지만, 그 서글픔, 그 배신감, 그 참담함은 쉽게 씻어지지가 않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가파르나움이란 도시를 향해 신랄한 어조로 질책하십니다. 도를 넘어설 정도로 악담을 퍼부으십니다.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토록 심하게 가파르나움을 몰아붙이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만큼 예수님께서 가파르나움이란 도시를 각별히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애정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극진한 애정의 표현으로 자주 가파르나움에 들르셨습니다. 또한 그곳에서 다른 도시에서보다 훨씬 많은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한마디로 예수님께서는 가파르나움을 애지중지하셨습니다. 애틋이 사랑하셨습니다.


   그런 도시 가파르나움이 끝까지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가파르나움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열렬한 사랑을 차가운 눈길로 외면했습니다. 그 간절한 사랑의 시선에 자신들의 눈길을 맞추지 않고 등을 돌렸습니다.


   가장 풍성한 은총을 입은 가파르나움이었지만 감사와 찬미, 기쁨에 찬 응답을 한 것이 아니라 냉랭한 얼굴로 돌아섰습니다. 끝까지 그 사랑을 거절했습니다.


   철철 흘러넘치는 애절한 사랑과 은총을 끝끝내 거절하는 가파르나움이었기에 마침내 하느님의 진노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오늘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넘치도록 큰 은총을 끊임없이 보내주고 계십니다.


   ‘은총은 무슨 은총?’하시겠지만, 우리의 눈과 귀가 좀 더 맑아지고 밝아질 때, 우리가 얼마나 큰 은총을 받고 살아왔는지를 잘 알게 될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지나온 모든 세월은 한 마디로 은총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은총이었습니다. 고통도, 상처도, 아픔도, 눈물도, 십자가도 모두가 은총이었습니다. 우리를 살리기 위한 은총, 우리를 보다 큰 사람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은총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주신 은총이 무엇인지, 그 은총을 입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겠는지 진지하게 한번 헤아려보는 오늘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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