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당황과 황당 / 조인영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05 조회수883 추천수11 반대(0) 신고
 
 
오늘 아침, 멀리서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눈을 비비며 수화기를 들었다. 건너편으로부터 들려오는 한국말은 꼭 외국인이 하는 것 같았다.

"오늘 미사에 어느 신부님이 오시죠?"
"네, 조인영 신부입니다."
"언제 오시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곧 갈겁니다."

이렇게 대답하거는 멍~하게 앉아있었다. 몇초가 지나지 않아, 내가 늦잠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아닌 내가 가야할 근처 수녀원에서 사시는 스페인 수녀님이셨다.
 
시간을 보니 내가 미사를 시작했어야 하는 시간이다. 6시30분! 후다다닥 고양이 세수를 하고, 머리도 꾹꾹 눌러 빗고, 옷도 초고속으로 갈아입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하필이면 꼭 이럴때 비가 올게 뭐람!’

하면서 우산을 쫙 펴는데, 힘조절을 잘못한 건지, 우산살이 뒤틀렸는지 펴지지 않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비맞기로 작정하고는, 대문을 나섰다. 차문을 열기 위해서 보란듯이 손을 쫙펴고 자동차기를 열심히 눌렀는데,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이다. 차등이 깜빡거려야 하는데... 이상하다.... 키에 적혀있는 번호의 차가 없는 것이다!

나는 쏜살같이 다시 달려들어갔다. 마침 다른 신부님을 만났고, 당신 사용하실 차를 쓰라고 하셨다. 휴~ 살았다. 시동을 걸고 수녀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가는 데,  차앞에 상당히 어두운 것이다. 이상하다... 가만히 보니 헤드라이트도 안켜고.

아무튼 수녀원에 도착했고, 미사를 시작했다. 수녀님들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는 강론을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오늘 강론 내용임) 헤로데 영주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갖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어제 강론을 준비하면서 오늘 복음의 시작인 “그 때에 헤로데 영주는 이 모든 일을 전해 듣고 몹시 황당하였다”라고 읽은 것이다. “당황하였다”라고 적혀있는 것을 말이다. 황당과 당황.

우리는 황당한 일을 겪을 때 당황하게 된다. 당황스럽다거나 슬프거나 화나거나 하는 소위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서 우리는 쉽게 외면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 내면속 깊은 곳에서 하느님 혹은 예수님과 만나는 연결고리가 된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도 헤로데를 당황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황당한 일로 당황스러울 때, 잠시 숨을 고르고, 올라오는 감정들의 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그 당황스러움을 성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기까지가 강론)

하지만 늦잠으로 인한 당황스러움은 피하고 싶다. 일찍 자야지!

(2007년 9월 27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