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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또 시작했어?-판관기26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15 조회수621 추천수6 반대(0) 신고


또 시작했어?-판관기26

 <생명의 말씀> 
 또다시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의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하자, 야훼께서는 그들을 칠 년 동안 미디안족의 손에 붙이셨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미디안족에게 억눌려 살게 되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미디안 사람들을 피하려고 산 속에 굴을 파야 했고 동굴과 험준한 지형을 이용해야 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씨를 뿌릴 때만 되면 미디안 사람들은 아말렉 사람과 동방의 백성을 이끌고 올라 와 진을 치고 이스라엘을 쳐서 가자 어귀에 이르기까지 온 땅의 농사를 망쳐 놓곤 하였다.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먹고 살 것을 하나도 남겨 두지 않았고 양 한 마리, 소 한 마리, 나귀 한 마리도 남겨 두지 않았다. 그들은 가축 떼를 몰고 천막을 떠멘 채 메뚜기떼처럼 몰려 왔다. 사람이고 낙타고 이루 다 셀 수 없이 몰려 들어 와 온 땅을 망쳐 버렸다. 이리하여 미디안은 이스라엘을 극도로 황폐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이스라엘 백성은 또 야훼께 울부짖었다 (판관기 6:1-6)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거의 백년이 넘는 동안 두려움 때문에 싸움 한 번 걸어보지 못했던 철병거 군대를 여지 없이 격파한 체험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또 하느님을 버리고 가나안 땅의 우상을 따라갔습니다.

판관기를 6장쯤 읽어 보니까 이 뒤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더 읽어 보지 않아도 알만 합니다. 우상 숭배하다가 주변 민족들에게 억눌려서 힘들고 지치면 하느님께 부르짖고 그래서 판관이 나서서 관계를 역전시켜 놓으면 또 다시 하느님을 버리고 우상에게로 돌아가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바로 판관기의 주내용입니다.

오늘의 말씀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미디안족에게 핍박당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팝박의 정도가 이전에 다른 민족에게 당했던 것보다 훨씬 심했던 것 같습니다. 미디안 사람들을 피하려고 산 속에 굴을 파고 피했고 험준한 지형을 이용해서 공격을 막아야만 했다고 증언되어 있는데, 동굴을 파서 피하고 산속으로 숨어들어야 한다는 것은 마치 베트남전에서 미군과 베트콩처럼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적과 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듭되는 하느님 무시하기와 우상이라고 이름 붙여진 자기 욕망 따라가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힘은 계속 약화되었고 반면에 주변 민족은 강해졌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를 오늘의 말씀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디안 사람들은 씨를 뿌릴 때쯤 와서 온 땅을 황폐하게 해 놓을 뿐 아니라 온갖 가축까지 모두 빼앗아 갔다고 합니다. 정규군끼리의 직접적인 전투는 아니었지만 온 백성이 먹고 살 곡식이 자랄 수 없게 해 놓은 것이니 군대끼리의 전투보다도 더 심한 타격을 이스라엘 백성 전체에게 입힌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가나안 땅에 이민족들이 남아 있게 된 근본 이유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땅을 차지하고 나니까 배가 불러서 더 이상 피흘리는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오히려 힘으로 눌려 있는 주변 민족을 노예로 삼아 허드렛일을 시키는 편이 훨씬 더 삶을 편하게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느님 말씀을 따라 전쟁을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말씀을 따르는 희생과 불편함이 있는 삶보다는 당장의 내 유익을 따르는 삶이 더 편하고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어기고 그 편리함을 따르려고 한 결과가 오늘의 말씀이 보여주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배가 부른 후부터 더 이상 당신의 말씀을 따르려고 하지 않는 것을 아시는 하느님께서도 이스라엘 주변의 민족들에게 당신의 의미를 부여하십니다. 하느님께서도 이스라엘 사람들이 나의 말을 듣는지 듣지 않는지 주변 민족들을 채찍과 막대기로 활용하면서 시험하시겠다고 하신 것이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손에 드신 미디안이라는 호된 채찍에 얻어맞고 있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내 주변에 나를 핍박하는 악한 사람들이 무리지어 나를 괴롭힐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들의 악함을 먼저 성토하고 싶겠지만 이스라엘과 미디안의 경우처럼 혹시 내가 하느님을 떠나 내 욕망대로만 사는 과정에서 그 모든 일이 빚어진 것은 아닌가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세례 받고 하느님의 영을 받은 나의 믿음과 내 안의 복음 정신이 약화되면 약화될수록 내 주변의 악은 점점더 강해져서 나를 핍박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자꾸 떠나서 자기 욕망을 채우려는 판관기의 이스라엘 사람들을 통해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도 하느님을 떠날 때 내 주변의 악들이 창궐하면서 나를 압박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압박이 극에 달해서 모든 것을 잃기 전에 하느님께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용기도 우리 신앙 생활에 꼭 필요합니다.

아버지의 재산을 다 탕진하고 곧 굶어죽을 때가 되자 정신 차리고 돌아온, 우리가 늘 손가락질 했던 탕자에게도 정말 배울 것이 있는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주님께 돌아오는 어찌 보면 뻔뻔한 용기가 우리의 삶을 회복시켜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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